[강추! 이 기사] 보수-진보단체들 손잡고 ‘통일사과나무 보내기’ 모범
남북으로 나뉜 지 어느새 67년. 분단으로도 모자란 것인지 통일정책에 대한 국론마저 동쪽과 서쪽의 의견이 크게 대립하고, 진보와 보수 진영 편가르기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이 최근까지 더 깊어졌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런 암운을 열어 제치고 고양시에서 보혁단체들이 너나없이 함께 손잡고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북녘에 유실수 묘목을 보내는데 의기투합했다는 소식을 한겨레신문은 5월 21일자 14면에서 전하고 있다.
새마을회, 바르게살기고양시협의회,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고양시지부 등의 보수성향 단체들과 고양평화누리, 고양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고양시민사회연대 등의 진보성향 단체들, 그리고 월드비전, 고양청년회의소 같은 봉사단체들이 ‘고양 통일사과나무 심기 운동본부’를 꾸리고, 사과·배·자두·살구나무 묘목 2만여 그루를 올가을이나 늦어도 내년 봄에 북녘의 사과 주산지인 황해북도 과일군에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 민간단체들은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후 처음으로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밀가루 180t을 개성에 전달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로 신뢰가 쌓여, 이념과 사상의 차이를 뛰어넘어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함께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 4년 넘게 중단됐던 북한 ‘청소년 평화통일 숲’ 가꾸기 사업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박동빈 고양시새마을회 회장은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보수가 먼저 변하고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 논의를 거쳐 참여를 결정했다.”며 “보수·진보 따질 것 없이 겨레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에 접경지역인 고양의 민간단체부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겨레는 전한다.
바로 이런 합리적이고 건전한 정신이 개기일식 같은 장애물에 가려진 듯한 현재의 우리 통일운동의 앞길에 한 가닥 빛줄기처럼 길잡이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남남 갈등과 불신의 장벽을 허무는, 그럼으로써 남과 북의 화해와 신뢰의 초석을 쌓는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함께 돈을 마련해 묘목을 마련한 민간단체들은 ‘북녘 땅에 사과나무 한그루 심기 범국민운동’(070-4076-6150)을 벌여 성금 기부자의 이름표를 나무에 붙여 북녘에 보낼 것이라고 한다. 또 개성에 자전거 수리센터를 열어 고양시내 아파트단지에 방치된 자전거를 기증받아 재활용하는 남북교류사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2010년 시민단체 ‘평화의 숲’은 북녘의 산림조림사업을 위해 1만 여 그루의 나무를 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통일부에 승인을 요청했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도 북한 과수원 조성을 지원하려고 남북협력기금을 신청했으나 ‘사과나무’가 문제가 돼 통일부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 민간단체에서는 사과나무를 북측의 식량전용을 우려한 정부 탓으로, 통일부는 분배 투명성 확보 등의 문제 때문으로 불허 원인을 설명했지만 결국 그 때의 사과나무는 북녘에 보내지지 못했다.
남과 북의 통일 과업은 어떤 나무는 보내도 되고 어떤 나무는 무엇 때문에 보내면 안 된다는 방법론을 논쟁하는 데 얽매여 제자리에 머문다면 앞으로 100년이 흘러도 진척이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작은 나무 한그루라도, 서로 다른 이념 탓에 갈등을 겪었지만 북녘의 동포들이 영양을 섭취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뜻을 함께하고 힘을 합쳐 남북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고 그것을 보내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통일을 하루라도 앞당기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67년째 부끄러운 남북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남과 북이 반드시 어떠어떠한 과정을 거쳐 통일해야 한다는 정해진 길은 없다. 통일을 이루려는 뜻과 의지를 가진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고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남과 북이 통일을 해야 서로 더 발전할 수 있고 그것이 서로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져 그 흐름이 남과 북의 사람들 사이에 대세로 형성되고, 그렇게 되면 서로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 무리 없이 서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고, 또 통일을 이루고 그러지 않을까? 원래 아무 것도 없던 땅 위를 사람들이 걸어가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아무 것도 없던 땅위에도 길이 형성되는 것처럼.
통일부는 앞으로 남과 북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고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는 남북 교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딴죽을 걸기보다는 허용을 검토하는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대처해 ‘통일 방해부’라는 비아냥조의 평가를 듣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겨레의 통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