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대 한국학교수 “코리아-베트남공동체 꿈은 이루어진다”
[아시아엔=도옥 루이엔 베트남 국립호치민대 한국학과 교수] 필자는 호치민시 출신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25년 됐다. 1990년대 중반 베트남 뉴스에선 “한국은 아시아의 용”이라는 기사가 넘쳐났다. 나는 한국은 대체 어떤 나라길래 용이 됐을까, 왜 베트남은 용이 못 됐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나는 1996년 호치민대 한국학과에 지원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호치민대 한국학과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면서 ‘나는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 한국에 처음 온 내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 한국과 함께 발전할 방법부터 생각한다. 코로나사태 이후 우왕좌왕 하는 선진국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그려봤다. 지금 이글을 쓰는 것은 한국인들과 함께 꿈을 꾸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동양인들은 발전의 기준을 선진국에 두는 경향이 많았다. 기술이나 발명품 등과 같은 과학 분야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동안 과학기술 발전에만 얽매이다 보니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대인은 인간이 누려야 할 생활을 하지 못하고 불안한 사회에 놓여 있다. 치열한 경쟁, 무너진 가정, 청소년 범죄 증가, 높은 자살률 등을 보면 과연 사회가 발전하면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까? 코로나사태가 일어나면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입은 나라들은 대부분 선진국이다.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떠오른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관념이 언젠가부터 인간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재물이 풍부해도 불행하고 가난해도 살기 어렵고, 서민도 힘들고 나라 지도자도 지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가 터지면서 인종 차별이 심해지는 선진국을 보면 다문화가 되어 가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시아 출신이다. 생김새가 비슷해도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차별 받는 경우가 많다. 부자도 힘들고 가난한 사람도 힘들다. 그렇다면 원인은 돈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사람의 정신에서 오는 것 아닌가 싶다. 인간 중심으로 교육하지 않고 일꾼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은 나아지지만 사람의 정신은 잃게 된 것 같다. 소비를 위해서 환경이 파괴되고 난개발이 심각하다. 잘못된 식생활에 스트레스 탓에 질병은 다양해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의지할 곳이 없어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하기도 한다. 서민이나 고위 공무원이나 다르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 공동체를 위해서 특히 이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마침내 6년 전 베트남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처소 마련을 구상했다. 베트남은 불교국가인 까닭에 절을 짓는 것을 생각했고, 모금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하루 1백원, 1천원부터 저축해서 5년 만에 천안의 한 개인 사찰을 인수하게 됐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엔 베트남 사람 2천명 이상이 그곳에 모여 고향 풍습을 즐기곤 한다. 명절 때 딱히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기 집처럼 편안한 곳이 생겨서 마음이 놓였다. 베트남 절이 건립된 후 한국에 와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기 나라의 절을 짓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과거 주말엔 술집이나 도박장에 가던 젊은 친구들이 절에 가서 설법도 듣고 봉사도 하면서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베트남 공동체가 앞장서 축구경기나 캠프활동 등을 통해 이주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절은 종교적인 측면이 있어 한계가 많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 올해 초 코로나사태가 터지면서 사람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자신감을 높이고, 올바른 경제활동을 통해 여유로운 생활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가진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차별 없이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나는 펜을 들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긴 7층 건물을 그리게 됐다.
먼저 지하 1층은 나무의 뿌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려면 정신부터 맑아야 하기 때문에 한 생명이 배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법, 영아교육, 유아교육, 취학 전 교육 등에서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기술교육보다 인성교육을, 베트남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위인들의 정신을 중심으로 교육하려 한다. 지하 1층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베트남 이주민 출신 전문가가 최소 1명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10명을 5년간 목표로 발굴·양성 중이다.
현재 아시안프렌드란 NGO와 함께 베트남어와 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두뇌과학 이론을 활용해서 아이를 영재로 교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연구·실험하고 함께 공유하고 있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계발하고 세계 각 지역에 거주하는 베트남 전문가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1층은 친환경 베트남 우수제품을 판매하는 북카페처럼 운영하려 한다. 여기서는 주제별 독서세미나와 베트남 우수제품 소개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온라인으로 도서 및 베트남 특산품을 소개하고 시범 판매와 독서세미나를 매달 하고 있다.
2층은 채식 식당을 열 예정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2층 공간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의 다양한 색조로 구성된 채식단을 짤 계획이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베트남 식당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이들 식당에서 똑같은 채식 메뉴를 선보이려고 한다. 베트남 음식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경기도 구리시 ‘사이공 빌리지’에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3층은 올바른 경제교육과 재테크를 위한 공간으로 쓸 계획이다. 인간은 경제적으로 자유를 누리지 못하면 의미있는 생활을 하기 어렵다. 올바른 방법으로 자산을 불리고 이를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경제교육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매우 필요하다. 투자와 무역 등과 구체적인 경제활동을 배우도록 할 방침이다.
필자는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주식투자자인 박영옥 회장의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란 책을 베트남어로 번역해 내년에 베트남에서 출판, 소개할 예정이다. 매주 전문가를 초대해서 서민도 부자로 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과 방법을 배우며 시범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여기선 특히 부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입력된 마인드세트에서 돈에 대한 심리치료 기술까지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 청년들이 자기능력을 계발해 관심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2025년까지 이 건물에 투자자도 되고, 여기서 직접 후배들을 이끄는 전문가가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다음 4층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운동, 호흡명상, 침술, 마사지 같은 치료방법으로 건강을 되살리는 목적으로 이용된다. 현재 가벼운 질병은 자연 에너지를 받아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 분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교육받고 시범 실시하고 있다.
5층은 심리치료, 잠재의식 치료 등과 같은 인간 내면의 치료를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는데 필요한 공간이다. 베트남의 한 친구가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도 치료가 가능해 이미 실시하고 있다.
6층은 이웃과 자연에 ‘감사하는 공간’이다. 인류문화를 이끈 위인들의 업적 전시도 하고, 테마별로 여름에는 물에 대한 감사, 가을에는 자연에 대한 감사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또 베트남이나 한국의 명절 및 국경일에도 특별전을 펼칠 예정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까지 갖춘 이 7층 건물 옆에는 복지센터를 세워 장애인 등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의 숙소로 쓸 계획이다.
이 건물은 천안 지역에 신축 예정이며, 투자자본은 50억원 정도 생각하고 있다. 100명의 투자자와 전문가를 발굴할 경우 1인당 5천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가능하다. 이 건물 신축을 우리는 지금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재한 베트남 코뮤니티는 크게 성장·발전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이주민들은 물론 한국에 터를 잡고 있는 여타 나라의 이주민들에게도 큰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본다. 이들이 자국의 특성에 맞는 ‘7층 건물’을 갖게 된다면 한국사람들과 이주민이 상호 교류·협력하며 차별 없는 모범적인 다문화 사례가 될 것이다.
베트남공동체를 이어 미얀마공동체가 다음 차례가 될 것으로 나는 보고 있다. 불교를 바탕으로 하는 이들 두 나라의 문화와 생활습관 및 의식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같은 구상이 실현된다면 한국사회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주로 자본만 중시한 채 정신문화 측면을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글로벌시대에 인구이동은 당연한 결과이며 지구촌은 대부분 다문화 국가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이주민들의 이런 노력은 한국을 기점으로 10년, 20년 뒤 이주민과 현지인이 차별 없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사회 형성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5년 뒤 한국에서 펼쳐질 베트남공동체의 모습은 하루에 16시간 일해도 에너지가 남아도는 나같은 이민자에겐 상상만 해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