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교통사고 보상금 1억원 ‘6.25 참전용사’에게 보낸 제주사람
이재봉 한국전쟁기념재단·학교법인 한민학원·군인자녀교육진흥원 사무국장이 10일 저녁 이메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1950년 6.25둥이로 태어난 제주출신의 강성진씨가 해외의 참전용사에게 보내달라며 1억원을 대한적십자사를 경유해 한국전쟁기념재단에 보내왔다는 내용입니다. 강씨는 27년전 가족의 교통사고로 받은 금액을 아끼고 불려 이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아시아엔>은 이 사연을 독자들께 전합니다. <편집자>
코로나19로 많이 힘드시죠? 이런 와중에도 감동을 주는 사연이 하나 있어서 글을 드립니다. 한달전 쯤 제가 사무국장을 겸하는 한국전쟁기념재단(이사장 김태영 전 국방장관)으로 대한적십자사에서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노인분(강성진)이, 본인이 1950년 1월에 전쟁둥이로 태어나 70년을 어렵게 살아왔는데 그리 넉넉치 않은 형편임에도 6.25 70주년을 맞아,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와서 이 나라를 위해 싸워준 UN참전용사 중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살아계신 분들께 고마움의 표시로 부인의 사망보상금 등을 합해서 가진 돈 1억원을 나눠 드리고 싶다는 겁니다.
이 노인분이 보훈처, 외교부, 국방부, 참전국 대사관을 다 찾았으나 아무도 이 뜻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대한적십자사를 찾았으나 자기네 사업과는 관계가 없어서 이리저리 찾다가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지원 사업을 하는 한국전쟁기념재단에 연락을 하니 어떻게든 좀 도와드릴 수 없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도 직접적인 사업은 아니지만 그 분의 뜻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정부부처에 다 협조를 구했으나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장학사업 때문에 관계가 있는 태국, 필리핀, 콜롬비아. 터키 주한 대사관의 국방무관분들께 이메일로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대부분 국방부의 지시가 없으면 어렵다고 했으나 마침 태국 무관은 12월25일 참전용사들을 위로하는 행사가 있기에 그때 나눠드렸으면 좋겠다고 했고, 필리핀은 현지 참전협회 관계자를 통해서 하라고 연락처를 줬고 나머지 국가는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강성진씨께는 에디오피아는 저희도 월드투게더를 통해서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기에, 그쪽을 통하도록 하여 얼마전 생존한 참전용사 118명에게 30만원씩 총 3540만원의 위로금을 보냈고, 144명의 참전용사가 생존해 계신다는 태국은 성탄절 저녁 때 위로행사가 있어 참석한 분들에게는 직접 전하고 그 외의 분들은 찾아서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태국무관께 부탁하여 화상으로라도 강성진씨가 그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화상만남을 준비 중입니다. 필리핀은 명단이 오는 대로 보낼 예정입니다.
콜롬비아와 터키는 국방부 지시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나, 국방부는 민간기관 돈을 국가기관에서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여 콜롬비아 참전용사 후손으로 한국으로 유학 온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줄 예정입니다.
저희도 11년째 뜻있는 분들의 기부금을 모아 필리핀 등 6개국에 매년 5000만~6000만원과 롯데장학재단에서 기부하는 1억5천여만원을 참전용사 후손학생들에게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통해서 지급해 왔습니다. 이외에 저희는 한국으로 유학 온 참전용사 후손 대학생 21명에게 매달 5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잿더미의 나라에서 이렇게 풍요롭고 자유스러운 나라가 된 과정에는 UN군으로 참전하신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해서 사연을 전합니다. 항상 많은 관심과 격려에 감사할 뿐입니다.
군인자녀 교육지원 사업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음은 강성진 기부자 글
저는 한국인 강성진 입니다. 이렇게 지면상으로나마 만나게 되어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저는 70년 전 그 머나먼 한국 땅에서 벌어진 6·25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에 전쟁둥이로 태어났지요. 당시 여러분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 도움이 없었다면, 그리고 헌신적 희생으로 우리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이란 나라도, 오늘의 저 자신도 이 자유의 땅에 존재할 수 없었음을 역사는 생생히 교훈으로 남겼습니다.
현재 여러분은 높은 연세인데다 참전후유증으로 평생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없이 감당해 내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늦었지만 자유한국을 구하신 생명의 은인들께 작은 정성이나마 보은의 뜻을 담아 소정의 후원금을 준비했습니다.
이 성금은 27년전 교통사고로 작고한 제 가족의 피해보상금으로 마련해 키워낸 돈으로 목숨과 바꾼 뼈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에, 오직 여러분께만 바칠 수 있는 고귀한 값어치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참전용사 분들의 부재는 너무 슬프고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다음 생에서 하늘이 대신 지복의 영광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 후세들이 참전용사의 큰 희생의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고 숭고한 뜻을 이어가면 여러분은 우리 마음에 언제나 살아계신 거라고 믿습니다.
참전 용사 여러분!
제가 지금 에티오피아를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직접 한 분, 한 분을 만나 두 손을 꼭 잡아 보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인으로서 유일하게 참전한 여러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존경하고 자랑스러워 할 자부심입니다.
여러분은 곧 나의 영웅입니다. 비록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살아계신 118분 모든 분께 남은 여생 평안히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디 신의 가호가 더할 수 있기를, 끝까지 바른 삶의 길로 인도하리라 빌고 또 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한한 사랑을 보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엎드려 큰절을 올립니다.
2020. 11. 멀리 한국 최남단 제주도에서 강성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