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대표논객들 “통일정책 접점 가능하다”
진보·보수 “국가연합 방식이 적절, 흡수보다는 점진적 통일돼야”
“김태우(보수) 원장과 문정인(진보) 교수가 국가보안법 문제를 두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모든 패널들이 흡수통일을 우려하며 국가연합으로 가야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등 진보와 보수가 통일정책에 있어 의견의 접점을 찾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정리한 말이다. 김영희 대기자는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통일 외교 안보정책의 방향’이란 주제에 걸맞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송석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국가보안법 7조, 10조 폐지 ‘공감’
이날 토론회에는 보수진영 논객으로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를 비롯해 김태우 통일연구원장, 진보측 패널로 김대중 정부에서 일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노무현 정권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서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강태호 전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갈등과 대립이 가장 극심한 남북관계·통일정책 분야에서 차이보다는 같은 생각을 많이 발견한 자리였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김태우 원장은 “북한이 여전히 안보의 위협으로 존재하고 적화통일 전략이 살아있는 한 국가보안법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 고무죄, 제10조 불고지 조항 등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보 지식인으로 알려진 윤영관 교수는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하지만 북한이 지금도 남한의 안정을 헤치려는 상황이고 그런 의도가 지속되기 때문에 한국사회 안정에 국가보안법이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정인 교수도 “북한이 조선노동당규약에서 우리를 적화통일 대상으로 삼고 있는 한 당분간은 우리도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하고 그 역할은 형법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통일방식에서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연방제와 국가연합 등을 두고선 모든 패널들이 국가연합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와 연장선에 있는 흡수통일론도 경계하고, 다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하는 노력은 함께 조용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은 국가연합 방식이 자기네 방식과 비슷하다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 생각이 통일전선부 등 아래로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이 연방제 주장을 하는 것은 70년대 초 우리보다 사정이 나았을 때 이야기고 지금은 전면적으로 내세우지는 못하지만 국가연합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통일방식에 있어서 국가연합이니 연방제를 나눠 토론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으로 갈 위험이 많다. 현 상황에서 초점을 맞춰 3단계 통일론,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로 가는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문정인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보듯 간접적이고 실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우 원장은 “인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라며 “그 나라 상황에 맞춰 인권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권이 과도하게 침해당하면 개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 활용 통하지 않아
국제 사회에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종석 전 장관은 “핵과 경제협력 연계 방안을 많이 쓰고 있는데, 결과론적으로 봐서 그 방법이 효과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며 “북한이 중국과 교역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봤자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원장은?“6자 회담으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라며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이 필요없는 체재로 가야하는데 국민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을 때 그때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2000년 조명록 차수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북은 미국이 주권인정과 수교를 해주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우라늄, 플루토늄, 핵탄두 폐기는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북이 핵을 포기할거란 강한 믿음을 갖고 교류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관 교수는 “북한의 핵 문제는 통합적으로 봐야한다. 남북관계의 다른 측면을 무시하고 핵에 집중하면 안 된다. 핵 문제는 외교적으로 압박하되 남북 협력이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며 “가령 환경, 의료 분야 등 북한 사람들이 인간답게?사는데 도움을 줄 수?있는?교류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통중봉북’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문정인 교수는 “현재 중국 상무위원 9명이 모두 친북인사고 11월 바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북을 봉쇄하는데 활용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통중봉북을 비판했다.
윤영관 교수는 “통중을 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타켓이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중국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한미중의 합의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6·15 합의문을 이행하지 않은 것도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고간 요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정인 교수는 “6·15, 10·4 선언 잘 지켜줬으면 천안함, 연평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며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서해안 공동어로 구역 지정 등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대통령이 합의한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도 지켜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현 정권에서 6·15 합의문를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국회 상임위가 중요하다. 여야당이 북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킬 것을 지켜가면서 국회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당 대북정책 관련 신사협정 맺어야?
차기 정권에서는 어느 당이 집권을 하든 남북관계는 달라질 거란 의견이 다수였다. 새누리당 역시 이미 현 대북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문정인 교수는 “북한에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과도한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균형외교, 동북아 다자외교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윤영관 교수는 “지난 정부의 경험을 깊이 염두해 두고 원칙과 포용을 세련되게 조화이루며 주도적으로 끌어가야 한다”며 “과거의 대북정책은 북한 집권자들을 위한 정책만 있었는데 주민들 위한 정책, 삶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또 여?야당이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신사협정을 맺고 긴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반드시 실패했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해다. 김 원장은 “대북정책에는 두 가지가 방향이 있을텐데 북한의 변화와 평화적 분단관리 일 것 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평화적 분단관리에는 실패한 측면이 있다. 전부 잘못됐다고 이야기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우리를 협박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고 여야당의 공감대를 형성해 평화적 분단관리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정책을 놓고 또 싸우게 되면 북한이 우리말 듣지 않게 된다”며 여당과 야당의 긴밀한 공조를 주문했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