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특별기고] 아시아 교육협력 이래서 필요하다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교육장관회의는 21개 회원국 교육장관들이 함께 모여 역내 지식정보격차 해소와 경제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역내 최고회의이다. 지난 1992년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4년마다 열리는 APEC교육장관회의는 서로 다른 교육환경과 사회 경제적 차이에도 교육을 통해 회원국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교류를 활성화하며, 21세기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계발해 나가는 과제 등의 공통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매우 중요한 회의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APEC이라는 협의체는 글자 그대로 역내 회원국간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 발전을 위해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12개국이 모여 결성한 경제협력체이다. 매년 21개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공동의 실천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역내 경제협력을 주요 목적으로 출발한 APEC에 교육장관회의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사람, 즉 교육에 관한 국가간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APEC의 주요 활동으로서 교육과 인재개발 분야는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온난화 등 지구환경의 변화, 기술혁신의 가속화, 경제의 글로벌화와 다문화의 공존 등 미래의 다양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미래사회의 도전에 대한 교육의 응전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교육의 응전이란 교육장관회의가 교육 내적인 이슈 뿐 아니라 APEC역내 경제협력과 발전을 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교육장관회의 논의들은 상대적으로 교육 내적인, 미시적인 논의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고, APEC정상회의와 연결도 약하다는 일부 우려도 있어 왔다. 이번 제5차 교육장관회의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APEC정상회의와 연결점을 찾으면서 향후 4년간의 APEC교육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교육장관회의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며, 일종의 이정표(milestone)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4차에 걸친 교육장관회의와는 달리 특히 강조되고?점은 APEC회원국간의 협력이다. 이번 교육장관회의에서는 경제공동체로서의 회원국 교육장관들의 논의의 폭을 확대하여 21세기를 위한 상호 협력의 길을 논의하고 촉진시킬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보는 장이 될 것이다.
APEC교육장관회의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교육분야의 협의체(EDNET)를 발족시켰고, 주된 선순위(priority) 영역을 제시함으로써 역내 교육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한 점 등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이번 제5차 APEC교육장관회의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며, 그것은 교육협력을 통해 장관회의의 의제에 대한 실천성을 높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APEC이 당면한 교육이슈나 도전들을 살펴보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는 그 무엇보다 강조돼야 할 것이므로 교육협력의 방향성과 실천성에 대하여 회원국들이 서로 공감하고 논의를 시작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교육장관회의 본회의 이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해 21개 APEC 회원국의 교육 발전을 위한 다채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먼저 디지털 교과서, 스마트 교실 등 한국의 최신 ICT를 활용한 미래교육 준비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미래교실 테마관을 운영하여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교육방식에서 학습자 중심의 선택적, 맞춤형 교육방식으로 전환하여 창의적 학습을 촉진하는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APEC 교육장관회의에서는 한국의 ICT를 활용한 미래교육 준비 상황을 보여주고, 21세기 학습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스마트교실 구현을 통한 미래 교육의 혁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교육정보화 사업의 주요 정책성과를 알리고 APEC회원국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21개 APEC회원국들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고 교육발전의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회원국들을 서로 잘 이해하고 배우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교육장관회의에서는 APEC 회원국들의 교육 정책과 역사를 소개하고, 주요 교육성과와 우수 사례 공유를 통해 아태 지역 교육발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21개 회원국의 교육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각 회원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전시물을 발굴하고 특성화·차별화하여 전시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APEC교육장관회의에서는 대표단에게 한국의 선진화된 교육현장 방문을 통해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우수학교 현장방문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APEC교육장관회의 참석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스마트교육, 교과교실제, 수학ㆍ과학교육, 마이스터고 등 학교 현장을 직접 방문 소개할 계획이다. 회원국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코스를 선택 방문함으로써 한국의 교육성과를 공유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4년 주기의 APEC 교육장관회의는 역내 교육과 인재개발 등 관련된 주요 사안을 협의하고 이슈 방향을 정하는 회의인 만큼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이번 교육장관회의는 교육을 통한 APEC 역내 협력과 발전의 토대 마련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APEC교육장관회의는 여전히 선언적인 합의가 많고 실천력 담보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교육장관회의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APEC국가간 교육협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경주선언을 도출하고 실천력을 담보하는 회의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이번 교육장관회의는 한국 교육정책을 알리고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하여 국가발전을 이룩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APEC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PEC 교육사업을 수행해 오고 있는 국가로 다른 회원국의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스마트교육, STEAM 교육, 직업교육 등 한국 교육정책의 성과와 비전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성과를 공유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교육장관회의를 통해 한국의 국제적 교육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2010.11),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HLF-4, 2011.11) 개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위상이 더욱 강화돼 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제5차 APEC교육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경우 한국의 교육 이니셔티브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것이다.
APEC에는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도 가입돼 있지만 베트남, 파푸아뉴기니 등 개발도상국도?가입돼 있어 서로간의 의견차이가 심해 쉽게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구조라고들 말한다. 다행히 한국은 개발도상국가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상황이므로 APEC 회원국간의 교류와 화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이번 APEC교육장관회의를 통해 한국의 교육정책을 널리 알리고 회원국간에 공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