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돌’ ‘이전투구’ 트럼프-바이든 첫 TV토론
코로나19·경제 등 6개 주제 난타전..토론보단 인신 공격성
‘10%’ 부동층 표심에 영향..10월 15일, 22일 두차례 추가 승부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이전투구와 다름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11월 3일 대선을 35일 앞둔 이날 밤 9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맞장 TV토론 형식으로 만난 두 후보의 첫 격돌 무대는 한 치도 양보 없는 팽팽한 기싸움의 연속이었다.
두 후보는 △개인 신상 △연방대법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인종과 폭력 △선거의 완전성 등 6개 주제를 놓고 90분간 극도의 긴장감 속에 사안마다 전방위로 충돌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인신공격과 고성이 오가는 격렬한 설전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정도였다. CNN방송은 TV토론 분위기를 “혼돈”이라고 표현하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악랄하고 추한 토론”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자찬하고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바이든 후보에게 ‘급진좌파’, ‘사회주의’, 불안한 후보’라는 이념적 틀을 씌우려 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론과 인종차별적 언사를 집중 공략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믿을 수 없는 사람, 거짓말쟁이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연방대법관 지명’ 첫 주제부터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의 아이콘’인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 후임에 보수 성향 법관을 지명한 것이 자신의 권한이라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후보는 대선 승리자가 지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책임론을 두고서도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한 뒤 “나는 그를 전혀 믿지 않는다. 트럼프가 더 똑똑하고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똑똑하다는 단어를 썼느냐”며 “당신은 반에서 꼴찌거나 최하위권으로 졸업했다. 나에게 다시는 그 단어를 쓰지 말아라. 당신에게 똑똑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 분야 성과 등을 자찬하자 “미국이 더 약하고 가난하고 더 분열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면서 “그(트럼프)는 절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관련해서도 바이든 후보는 “그가 오직 원하는 것은 단합이 아니라 분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법집행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다며 “이는 그런 말을 하면 급진 좌파의 지지를 모두 잃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부통령으로 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점을 소진해버렸다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야말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최고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15년 중 10년간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로서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찾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며 바이든 후보가 상원 의원으로 있을 때 왜 세법에 조처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바이든 후보는 “당신은 미국이 가졌던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 결과 승복 문제를 놓고서도 바이든 후보는 승복 입장을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부정 선거’ 주장을 이어가며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가량이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이번 TV토론은 지지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이들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토론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현장을 누비는 선거운동이 대폭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두 후보가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이기도 했다. 첫 TV토론부터 난타전이 벌어짐에 따라 남은 대선까지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10월 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TV토론을 한다.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은 10월 7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토론은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두 후보 간 악수조차 생략한 채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으며, 과거 평균 900명의 청중이 참석한 과거와 달리 100명도 못 미치는 인원이 방청석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