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떼아모르] 길병민 “오페라에서 크로스오버로 무한도전”
[아시아엔=글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사진 강형석 사진작가] 레떼아모르의 리더이자 막내인 길병민(26)씨는 “나더러 예중, 예고, 서울대 엘리트라고 하는데, 내 삶은 정반대로 밑바닥이었다”며 “그 좌절 끝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돼 매일 노력하며 살았다”고 했다. 길병민씨는 “삶도 크로스오버이고 계속 확장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장르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 증명할 시간을 주시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전 세계 콩쿠르에서 베이스 바리톤으로 거의 우승 혹은 준우승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수석, 병역면제 같은 이미지 안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어 보인다. 팬텀싱어 경연에서 ‘제발’이라고 속삭이는 등 가끔은 절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표면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서울대나 수석이나 이런 타이틀을 떼고 내 이름 석자로 나가고 싶었다. 색안경이 끼워지는 건 어렸을 때부터 싫었다. 소위 금수저, 대한민국의 중심, 국가대표, 이런 것이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실제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늘 1등도 아니고, 늘 그냥 받은 존재도 아니고, 예선 탈락도 하고, 보이지 않은 좌절도 많았다. 삶에 대해 가진 투쟁이나 긍지나, 마인드 셋팅이 형성될 수밖에 없이 자랐다. 경쟁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임했던 거다. 특히 이건 팀끼리 협업을 하고 하모니를 내는 거니까 더 진심이었던 거 같다. 혼자 하는 거면 그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나 씁쓸함은 혼자 감당하면 되는데 이건 팀이랑 협업하면서 멤버들과 일어서서 가야하는 거다. 그러니 더 잘됐으면 하는 동기가 부여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머니도 병민씨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인다. 외동아들인가, 아니면 형제가 또 있나 싶었다.
“운동선수인 친형이 있다. 어머님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태도를 주신 분이라 감사를 드린다. 어머니는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 분이고, 성악가의 길에서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을 때 묵묵하게 잘 이끌어주셨다. 일찍 독립했기 때문에, 사실상 ‘아들 노릇을 잘 해드렸나’라는 의문이 든다. 늘 초월적인 사랑을 주고 계시다. 엄마의 눈빛, 말투가 다 좋다. 그래서 자꾸 엄마를 언급하게 되는 거 같다.”
-자주 울컥하는 면이 있다.
“그렇다. 울컥하는 면이 있다. 인터뷰 하면서 계속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니 가끔 마음이 무너진다. 아픔을 감추려고 하는데, 스스로 자기를 깨면서 얘기하다 보니 속으로 치미는 게 있는 것 같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지휘자인 안토니오 파파노에게 마스터 클래스를 사사받는 동영상을 보았다. 문득 피지 출신 성악가 소코가 우리 가곡을 사사 받는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타국에서, 타국 언어로 오페라 가수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다. 노래 자체를 좋아해서, 노래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영국까지 간 것이다. 서양에선, 그리고 서양 오페라안에선 동양인 얼굴을 한 내 모습이 낯설 것이다.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향기를 맡아야 하는데, 낯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어렵고 두려웠다. 영국에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무한히 수용하고, 무한히 확장시켜 보자 했다. 그러다 보니 좋아졌다. 좋아하는 방법을 몰랐다. 감동하는 법도 배우고, 수많은 멘토나 귀인들이 붙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해 힘을 느끼게 되었다. 스펀지처럼 배우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 힘들지만 아무한테나 오는 기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팀과 개인, 오페라와 크로스오버 장르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내 기반 자체가 서양음악이고, ‘오페라와 크로스오버가 왜 분할되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도 크로스오버이고 삶도 계속 확장이라는 생각을 한다. 장르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 증명할 시간을 주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자기 자신을 늘상 길 끝에 두고 스스로와 싸우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라면 누구와 사귀겠는가’라는 질문에 ‘다정한 스스로와 사귀고 싶다’는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26살 청년에게 자의식은 무엇인가?
“삶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한다. 성악 진로를 고민했을 때부터 주변에선 내 가치를 알아봤는데, 나는 정작 앞이 보이지 않았다. 스무살부터 자의식이 생겨서 배운 거 같다. 서울대에 들어갔지만, 실제론 부진한 때도 있었다. 내 삶의 신념은 ‘그냥 빠르게 성과가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진짜로 책임질 수 있고, 명함을 내미는데 창피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스무살 때 했다.
-그 나이에 벌써 그런 생각을 했다는 말인데?
“밖에 나가면 예중, 예고, 서울대 엘리트네 하는데, 내의 삶은 정반대였고 밑바닥이었고, 세상이 거꾸로 나를 봐주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 좌절 끝에서, 그 자리에서 내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내 자신을 계발하려고 매일 노력하며 살았다. 동기들이 PC방 가려고 하면, 달래고 뒷산을 뛰게 하고 연습실로 같이 향했다. 이렇게 발버둥치는 이유는 내가 최선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해야,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깊은 사연을 앞세워서 성취를 이루려고 한 게 아니라, 그런 아픔과 성장통을 통해 누군가의 표본이 되고 싶다.”
너무 좋은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성악가 길병민님께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연에 임해왔는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꾸려왔는지 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길병민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자신이 살아나갈 인생을 정말 잘 꾸려나가시는 것 같아 본받고 싶네요. 그리고 1위 혹은 2위까지 인터뷰하시는 건 꽤 많이 봐왔는데 3위에 관심을 가지시고 레떼아모르의 미래를 크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두배의 인생을 산 나보다도 더 통찰력있고 성실히 살아온 삶에 경의를 보냅니다
아 훌륭한 청년이 오래오래 좋은 음악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응원합니다.
어떤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잠시 엿보는 것은 나를 돌아보게 하네요
아직 청년이지만 가지고 있는 인생관이 확실하고 그 소신을 응원하게 됩니다
깊은 인터뷰가 참 좋네요
길병민님도 심영섭님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
병민님의 품격있고 열정적이고 진중한 삶의 자세 또 한번 배우고 갑니다.
인터뷰 기사보고 이렇게 먹먹해지기는 처음이네요 좋은 질문하나가 삶의 태도를 바꾸게 한다고 하던네 심영섭 영화평론가님의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따스한 질문들이 병민님으로 하여금 더 내면의 것들을 끌어내게 만들어 너무나 멋진 인터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한병민님의 크로스오버행보를 저희들은 무한 응원합니다 ??
늘 1등을 하지 않았다는 길병민님 그렇게 녹녹하지만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따뜻한 심성과 신사다운 태도와 타인에게 무한나눔을 하는 배려심을 가지신 것 같아요.
삶이든 음악이든 크로스오버하셔서 더욱 풍성한 삶과 음악으로 자주 듣고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절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길병민님 진심이 전해져오는 인터뷰네요..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