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 “우리는 숨 쉴 수 없다” 국회생명안전포럼 창립 축사

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김훈 작가

“가면 이룰 수 있고, 가지 않으면 이룰 수 없습니다”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는 1일 “저는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처럼 한국의 산업재해 희생자, 자살자들의 죽음도 사회적, 제도적 배경을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숨 쉴 수 없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훈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생명안전포럼 창립식’에서 ‘우리는 숨 쉴 수 없다’는 제목의 축사에서 “우리는 이 사태의 배경과 원인과 구조를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 길로 가면 되는 것이다. 가면 이룰 수 있고, 가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생명안전포럼은 21대 국회의원 26명이 모여 만든 연구단체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대표의원을, 같은 당 이탄희·오영환 의원이 공동연구책임의원을 맡았다.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김훈 대표는 “시민들의 선한 의지의 힘과 변화를 선도하는 정치의 힘, 모든 사람의 생명의 힘을 합쳐서 우리는 갈 수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이 길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공유된 희망은 더욱 크고 확실한 희망”이라고 했다.

아래는 축사 전문.

우리는 숨 쉴 수 없다(We can’t breathe)

한 달쯤 전에 미국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무릎으로 목을 눌러 살해하는 장면을 TV 화면에서 보았습니다.

흑인 남성은 땅바닥에 엎드려져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경찰관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작업을 완수했고, 그의 동료경찰관 3명이 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나는 숨 쉴 수가 없다”고 신음하면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플로이드를 죽인 경찰관은 경찰의 제복을 입고 휘장과 계급장을 붙인 미국의 공무원이었고,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제압 방식은 그의 조직에서 승인한 행동수칙이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는 제도에 의해서 살해된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과 자살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제1위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수십 년간 계속되고 발생 건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비극적 사태는 대부분 기업이윤의 틀 안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윤의 논리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자살은 대부분이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닙니다. 삶을 가능케 하는 모든 조건과 환경과 희망을 상실하고 아무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벼랑으로 몰려서, 거기서 뛰어내리는 것입니다. 이 수많은 죽음의 배경은 사회경제적이며 구조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처럼 한국의 산업재해 희생자, 자살자들의 죽음도 사회적, 제도적 배경을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숨 쉴 수 없다(We can’t breathe)”고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에 국권 회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여러 어른과 민주사회 건설을 위해 목숨과 생애를 바친 수많은 국민들, 젊은이들이 원했던 나라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래 세대의 국민이 원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국회에서 존경하는 여러 의원님과 보좌진들, 그리고 선한 뜻을 말하고 실천하려는 시민들과 함께 ‘국회 생명안전 포럼’을 창설함으로써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고 생명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로 다가가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의 배경과 원인과 구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길로 가면 되는 것입니다.

가면 이룰 수 있고, 가지 않으면 이룰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선한 의지의 힘과 변화를 선도하는 정치의 힘, 그리고 모든 사람의 생명의 힘을 합쳐서 우리는 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창립총회 자리에서 저는 이 길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공유된 희망은 더욱 크고 확실한 희망입니다.

2020년 7월 1일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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