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가 열창한 ‘각설이타령’의 비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오래 전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가수 ‘나훈아 콘서트’에서 부른 ‘각설이타령’ 동영상을 보다가 큰 감동을 느꼈다. 원체 노래도 잘 부르거니와 그 내용도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그 유래를 알아보았다.
우리나라 각설이 타령을 들으면 ‘얼씨구절씨구’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고 있을까? ‘각설이’를 한문으로 쓰면 ‘각설이’(覺說理)가 된다. 각설이의 각(覺)은 ‘깨달을 각’ 자, 설(說)은 ‘말씀 설’, 이(理)는 ‘이치 리’다. 이를 풀이하면 ‘깨달음을 전하는 말로서 이치를 알려 준다’는 뜻이 된다.
한마디로 미개한 민중들에게 세상이치를 알려준다는 뜻이다. 이 각설이의 원조를 신라의 원효대사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원효대사가 한때는 부처님의 진리를 설파하기 위해 중생들이 알기 쉽도록 바가지를 두드리며 민중 속에 들어가 법문(法門)을 노래하며 교화한 적이 있다.
각설이 타령은 ‘얼씨구’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얼씨구는 ‘얼의 씨’를 구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얼씨구 들어간다’는 말은 얼의 씨가 몸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저 얼씨구 들어간다’ 또한 저 얼의 씨도 몸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는 ‘전생에 깨달았던 영(靈)은 죽지도 않고 이생에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거기에다가 ‘이놈의 자식이 이래 봐도 정승판서의 자제로서~~’는 ‘이생에는 이 모양 이 꼴이지만 전생에는 정승판서의 아들이었다’는 전생론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영혼은 영원불멸(永遠不滅)한 것이다. 그러니까 살아생전에 덕(德)을 쌓지 않으면 다음 생에 이 모양 이 꼴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실을 바로 알고, 늘 배려하고 베풀며, 덕을 쌓는 참다운 인간으로 살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흥이 날 때 누구나 하는 소리로 ‘얼씨구절씨구’라는 용어를 쓰는데, 그 말의 어원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세계 역사상 우리 민족만큼 외세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도 없다. 역사 기록에 나오는 것만 해도 약 900여회나 된다 하는데, 특히 조선시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까지 45년 세월 동안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오랑캐나 왜구들이 침략해오면 나아가 싸우는 일은 모두 남자들의 몫이었다.
그것도 지체가 높은 사람이나 그 자제들은 모두 요 핑계 저 핑계로 다 빠져나가고, 양같이 순한 농민들만 맨 앞에 나가 싸우다 죽었다. 한번 전쟁을 치르고 나면 전쟁에 나간 남자들은 거의 씨가 말라버릴 정도로 많이 죽었다. 그러다 보니 졸지에 과부가 된 여자들과 과년한 처녀들은 시집도 못가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었다.
어디를 간다 해도 쉽게 씨를 받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한이 맺혀 하는 소리가 바로 ‘얼씨구절씨구 지하자졸씨구’였다고 한다. ‘얼씨구(蘖氏求)’는 세상에서 가장 멸시 당하는 서자(庶子)의 씨라도 구해야 하겠다는 뜻이라 한다. 그리고 ‘절씨구(卍氏求)’는 당시 사회에서 천민 취급을 하던 중의 씨라도 받아야겠다고 하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지하자졸씨구(至下者卒氏求)’는 가장 낮은 졸병의 씨라도 구해야 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얼씨구절씨구’라는 말에는 남자의 씨를 구하고자 했던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구전 장타령(품바/각설이타령) 가사다.
얼시구 시구 들어간다 절시구 시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요놈의 소리가 요래도 천냥 주고 배운 소리
한 푼 벌기가 땀난다
품! 품바가 잘한다.
네 선생이 누군지 남보다도 잘한다
시전 서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 맹자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이 잘한다
뜨물통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한다
기름통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우리는 각설이 타령에 이런 가슴 아픈 의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각설이 타령은 거지들이 구걸하는 모습으로만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술자리에서 건배를 하며 태평성대를 즐기는 듯 ‘얼씨구절씨구 지하자 좋다’ 하면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있다.
우리의 이러한 슬픈 역사와 각설이 타령에 숨어있는 비애(悲哀)를 가슴깊이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