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미식가’ 원작자 추천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곱창구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매주 월요일이면 필자가 거주하는 마포 소재 아파트 마당에 장터가 선다. 아파트 단지 규모가 작아서 장터에서 과일, 생선, 채소, 만두 등 몇 종류만 구입할 수 있다.

필자의 눈에 띄는 것은 곱창볶음을 전문으로 하는 푸드트럭(food truck)이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곱창볶음이 꽤 인기가 있으며, 필자도 중학생 손자가 가끔 사오는 곱창볶음을 맛본다.

몇년 전만 해도 소(牛)의 내장(內臟)은 중년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회식 메뉴였으나, 요즘은 닭발, 떡볶이와 함께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꼽힌다. 코로나사태 전에는 K팝을 좋아하는 일본 여성 관광객들이 한국식 ‘K곱창’이라며 즐겨 찾았다고 한다.

                      구스미 마사유키

일본에서는 소내장을 숯불이나 철판에 구워 먹는다. 만화 ‘고독의 미식가(美食家)’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소내장구이’를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는다. 일본에서 소내장구이를 ‘호르몬’으로 부르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원래 일본에서는 내장을 모두 버렸다. 이에 버리는 물건이라는 ‘호루몬’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관서지방에 살던 재일동포들이 가난한 형편에 버리는 내장을 얻어와 요리해 먹던 것이 전국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물질인 ‘호르몬(Hormone)’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반추동물(反芻動物)인 소는 위(胃)가 4개 있다. 첫번째 위가 ‘양’, 두번째 위가 ‘벌집양’, 세번째 위가 ‘천엽’, 그리고 네번째 위가 ‘막창’이다.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양은 대부분 뉴질랜드산이다. 사료를 먹이는 우리나라 소보다 목초(牧草)를 먹여 키우는 뉴질랜드 소의 양이 훨씬 맛있다. 대창은 소의 큰창자(大腸)이며,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小腸)이다.

양즙(羊汁, ox-tripe broth)은 소의 위(胃)를 잘게 썰어 끓이거나 볶아서 짜낸 물로서 몸을 보신하는데 효과가 있는 보신용 국물음식이다. 양즙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많아 허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도 수술 후 혈액 투석을 받을 때 즐겨 먹었던 것이 양즙이라고 한다.

부인 이희호(1922-2019) 여사는 파와 무로 낸 야채 육수에 고춧가루, 소금, 마늘로 간을 하고 곱창을 가득 넣어 곱창전골을 끓였다고 한다.

방신영(方信榮, 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는 “양은 벌집양이 좋으니 그 안쪽에 있는 얇은 껍질을 벗겨내고 냄새가 나지 않을 때까지 깨끗하게 씻어서 잘게 이겨서 중탕으로 끓이거나 밥솥에 넣어서 익히거나 하여서 베보자기에 꼭 짜서 그 물에 후춧가루를 쳐서 먹는다. 몸이 약한 사람에게 크게 보함이 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내장은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얼음물에 담가놓고 손질한다. 소내장구이 비법은 손질과 신선도이므로, 이물질 하나 없이 빡빡 씻고, 막과 껍질을 깨끗이 벗겨 내고, 기름기를 제거한 뒤 구워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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