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6월의 나무에게’ 프란츠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