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사 전문] 여성 첫 서울대총동창회장 신수정씨 “비 온 뒤 땅 더욱 굳어져”

2018년 3월 정기총회 인준을 거쳐 제27대 회장으로 취임한 신수정 회장이 25일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앉아있는 이는 전임 서정화 제26대 회장.

[아시아엔=편집국] 25일 2년 임기를 마친 신수정 서울대총동창회장은 “회장으로 보낸 지난 시간은 제게 큰 영광이고, 보람이었다”며 “취임 이후 소용돌이도 적지 않았지만 더 나은 총동창회를 만들어 모교와 동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2년 서울대총동창회 사상 최초로 도입된 회장추대위 제도에 의해 선출됐다. 신 회장은 “처음으로 여성 총동창회장이라는 문을 열었고, 예술 전공 동문으로서 회장을 맡아 동창회 역사에 작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을 위로로 여긴다”며 “성별과 전공을 가리지 않고 더욱 다양한 동문이 총동창회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수정 회장은 후임 이희범 회장과 관련해 “이희범 전 장관님은 가까이서 능력과 인품을 뵐 기회가 있었기에 적임자를 모셨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훌륭한 분을 모시게 돼 정말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희범 새 회장은 지난 2월 회장추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돼 26일부터 회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음은 신수정 회장의 이임사 전문

존경하는 40만 서울대학교 동문 여러분.

모교 발전과 동창회 활성화에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으시는 동문님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는 3월 25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합니다. 부족한 제가 무거운 책임을 맡아 어려움도 많았지만 여러 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임기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총동창회장으로 보낸 지난 시간은 제게 큰 영광이었고, 보람이었습니다. 지난해 서울대학교총동창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개교는 1946년에 했지만 1969년 총동창회가 창립하면서 비로소 ‘우리 모두 같은 서울대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단대동창회와 함께 한 50주년 기념음악회와 미술 경매전, 기념 연극 등의 행사를 통해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총동창회 50년사』 발간도 준비하고 있으며, 시간을 끌어온 ‘역사기록관’ 건립은 모교 본부 측과 부지 선정을 끝냈습니다. 재단법인 관악회와 한화는 약속한 대로 공사의 진척에 맞추어 각각 50억 원씩 지원하기로 학교 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마쳤습니다.

총동창회 장학사업은 모교 재학생 1,300여 명에게 연간 장학금 총 37억 원을 지급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대학동창회 중 최대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노벨상을 꿈꾸는 젊은 교수들에게는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면서 모교와 협력해 더욱 발전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소용돌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더 나은 총동창회를 만들어 모교와 동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뜻을 알기에 저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손을 내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학교 본부에서도 적극 도와주시고, 많은 분들이 애써주셔서 총동창회는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고 대나무 잎은 더 푸르듯이 어제의 시련은 총동창회의 밝은 앞날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처음 회장추대위 제도를 적용받아 선출됐지만, 그 제도에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오해의 소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임기 초부터 동문 법조인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투명하고 신뢰받는 총동창회를 만들기 위한 정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회장추대위원회 규정도 새로 준비했습니다. 좋은 제도가 갖춰지도록 새 회장님께서 마무리 지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회장추대위원회는 차기 제28대 회장에 이희범 동문을 만장일치로 추대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기총회를 연기하는 바람에 차기 회장의 취임도 늦춰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해진 임기대로 3월 25일 물러나고, 3월 26일부터 이희범 동문이 회칙에 따라 수석부회장으로서 회장 직무를 대행하게 됩니다.

이희범 전 장관님은 제가 가까이서 능력과 인품을 뵐 기회가 있었기에 적임자를 모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훌륭한 분을 모시게 돼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보류한 2018년도 결산안은 새 회장님 체제가 들어서면 면밀히 검토한 뒤, 차기 총회에서 2019년도 결산안과 함께 승인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2년을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50년간 큰 업적을 이루신 전임 회장님들의 뒤를 잇기엔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처음으로 여성 총동창회장이라는 문을 열었고, 예술 전공 동문으로서 회장을 맡아 동창회 역사에 작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을 위로로 여깁니다. 성별과 전공을 가리지 않고 더욱 다양한 동문이 총동창회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총동창회를 믿고 참여하고 지원해주신 동문님들, 또 총동창회가 흔들리지 않도록 적극 도와주신 오세정 총장님을 비롯한 학교 당국과 총동창회 임원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궂은 일들을 묵묵히 도와준 사무처 직원 여러분도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서울대 동문의 화합이 서울대학교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총동창회가 힘차게 나아가기를 동문의 한 사람으로 바깥에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댁내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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