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 등장···코로나19 사태로 ‘개미’ 피해 속출

1990선도 무너진 코스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코스피가 1,990선 아래로 급락한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88포인트(3.30%) 내린 1,987.01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3일(종가 1,965.69)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사진 및 사진설명 연합뉴스]
“금융당국 공매도 해결 의지 없다” 불만도

[아시아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공매도를 폐지하거나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청원 내용에는 공매도 폐지가 어려우면 주가가 10% 이상 하락할 경우 그 시점부터 공매도를 자동으로 금지하자는 아이디어부터 금융당국이 공매도 문제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년 전 삼성증권의 배당착오에 따른 소위 ‘유령주식’ 사태 당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내용 등의 국민청원에 대한 찬성이 20만명이 넘자 금융위원장이 직접 답변을 내놓았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을 우려해 공매도를 폐지하거나 한시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10건 정도 올라왔다.

공매도 거래구조 [연합뉴스]
한 청원인은 “며칠째 (공매도 세력이) 시장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놓고 엄청난 수량의 공매도 물량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시장의 공포심을 이용한 악의적인 공매도 시스템을 일정 기간 제한하자”고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코로나19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청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제기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요구에 동참하자는 청원에는 6일까지 1만8천명 넘게 추천했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이 청원은 이달 29일 마감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간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으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을 내놓는다.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로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자 그다음 달 말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직접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청원 내용 중에는 공매도 폐지가 힘들면 주가가 10% 이상 하락할 경우 그 시점부터 공매도를 자동으로 금지하자는 아이디어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에 따른 공매도 금지 기간을 기존처럼 1일이 아닌 10일 이상으로 제한하자는 의견까지 포함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말 그대로 주가가 내려갈수록 이익을 내는 구조다.

공매도는 증시 과열 시 지나친 주가 폭등을 막아 ‘거품’을 방지하거나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로 전락해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봐야 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공매도 세력이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에 대해 특별한 악재가 없는데도 빌린 주식으로 주가를 계속 찍어 눌러 수익이 나는 수준까지 주가를 고의로 떨어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개인 투자자들 주장이다.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활용하고 개인 투자자는 접근이 쉽지 않아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실제 지난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103조5천억원 중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은 1조1천억원으로 1.1%에 그쳤고 외국인 비중은 62.8%, 기관은 36.1%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18년 5월 공매도 대여 주식을 확대하는 등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개인 투자자 공매도 거래 비중은 2018년 0.8%에서 지난해 1.1%로 올랐지만 상승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대처가 안일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며 “기관과 외국인, 그리고 큰 손의 이익은 존중되고 소액 투자자 이익은 무시되는 공매도 제도는 금지하거나 소액 개인도 공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공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외국인들도 우리 주식 시장이 공매도가 너무 심해 투자를 꺼린다는 얘기까지 들려오는 실정”이라며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 같은 외국자본보다는 우리 기업의 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우량 외국자본을 유치하게 만드는 것이 금융감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금융위는 그러나 공매도 폐지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이다. 순기능이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경우가 없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금융위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금융위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컨틴전시 플랜에는 일시적 공매도 제한 조치와 증시안정펀드 집행, 연기금 투자 등의 방안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두차례 공매도가 금지된 적이 있다.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는 2008년 10월부터 2013년 1월까지 4년 넘게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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