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대보름달’ 이향아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

보름달

아파트 베란다에 보름달이 찾아왔다
들판과 바람 속을 거슬러 오느라
달이 창백하다
달이 어색하다
보름달은 피고처럼 떠 있다

세상의 어디로도 갈 수 없어서
만민의 소원이 밀물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귀를 막았는지
눈치를 보면서 덩그렇게 떠 있다

다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동네 개들은 짖지 말거라

오늘밤은 다만 대보름달을
넋 놓고 오래오래
바라만 보련다

당신이신가
달이신가
대보름달이신가

미안해서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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