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시인통신(詩人通信)에는 시인은 없고’ 목필균

시인통신 내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 곳에 가면 묵은 인기척이 들린다

광화문에서 피맛골로 들어서면 만나는
낡은 영화촬영세트 같은 주막 시인통신

한 세월, 누군가의 시름 털어 주었을 기타가
줄 하나가 끊어진 채 정물로 서 있고

술잔을 안테나로 시인들과 내통한 술꾼들이
천장까지 빼곡하게 치기 섞인 낙서를 남긴
주막은 비 얼룩 속에 늙어간다

와 본 사람만이 다시 온다는 그곳에는
시인처럼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낡은 유품 같은 낭만을 술잔마다 부어
오늘도 사는 일에 운율을 달며
잊혀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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