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신종코로나’ 무증상 입국자에 또 뚫려···보건당국 ‘초비상’
세번째·네번째 확진자 ‘무증상’ 상태서 입국
증상 후 지역사회 활동···”2차 방어벽취약 전파 우려”
[아시아엔=연합뉴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진자 4명 중 2명이 무증상 입국자로 드러나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접촉자 파악과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된 환자 4명 중 2명은 입국 당시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어 검역망에 걸러지지 않았다.
앞서 발생한 첫 번째 환자와 두 번째 환자는 입국 당시 경미한 증상이 있어 공항에서 각각 ‘조사대상 유증상자’와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세 번째 환자와 네 번째 환자는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어 지역사회로 복귀했다가 이후 발열 등이 나타났다.
특히 네 번째 환자는 지난 20일 입국 후 21일 감기, 25일 고열로 두 차례 같은 병원에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걸러지지 않았다.
네 번째 환자가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격리된 건 26일이다. 20일 입국 후 6일째, 21일 감기 증상이 나타난 후 5일째다.
증상이 발현된 후 지역사회에 머문 데 따라 접촉자들에 대한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 보건당국은 이 기간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해 능동감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네 번째 환자가 증상이 발현된 후 방문한 의료기관에서 선별진료 시스템으로 넘어가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이 입국 당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지역사회 복귀를 막기 위한 1차 방어벽이라면 2차 방어벽으로 의료기관의 선별진료 시스템 등을 만들어 둔 것”이라며 “1, 2차 방어벽이 모두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네 번째 환자의 2차 방어벽의 취약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짚었다.
엄 교수는 “네 번째 환자가 입국 후 감기 증상 등으로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심환자 사례로 보고 걸러졌다면 노출자와 노출 범위가 지금보다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증상이 없는 잠복기 환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불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불안을 키웠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은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면서 전파력을 가진다. 우한 폐렴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비말'(침방울) 전파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 특성상 중증으로 가야 바이러스 전파력이 커진다”며 “경증이나 무증상 상태에서는 바이러스를 보유하더라도 전파력이 매우 낮은 편이어서 가족이나 의료기관 관계자 등 밀접 접촉자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없는 잠복기 환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언급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중국 보건당국의 책임자가 그렇게 언급한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잠복기 상태의 바이러스 전파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 사례를 참고할 때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잠복기에 전염력이 있다는) 중국 브리핑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중국 보건당국에 근거를 요청하고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질본은 현재 네 번째 환자의 이동 동선, 접촉자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즉시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