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오바마·트럼프 세 정부 아프간전쟁 통계조작 ‘국민 우롱’
[아시아엔=편집국] 21세기의 첫 국제전인 아프간 전쟁은 2001년 뉴욕 9·11 테러의 주범 알카에다를 비호한 탈레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 미군 77만500명과 2조달러(약 2400조원)의 전비(戰費)를 투입했다. 미군 2300명을 포함해 15만7000여명이 사망했지만 아프간에는 탈레반만 더 창궐한 채 평화도 번영도 이루지 못했다. 아프간은 미군 1만4000여명이 발을 못 빼는 수렁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지난 18년간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오래 전에 실패하고도 승리로 조작됐다”고 12월 9일 정부 기밀문서를 분석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정부까지 3개 정권 모두 아프간의 불편한 진실을 억누른 채 ‘미국이 이기고 있다’ ‘이 전쟁은 곧 끝난다’는 장밋빛 전망으로 국민을 속여왔다”고 전했다.
WP가 3년간 정보공개 청구소송 끝에 입수한 이 자료는 ‘미·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이 2014~2018년 아프간전에 관여한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와 구호단체, 아프간 관료 등 600여명을 인터뷰한 2000쪽의 녹취와 메모다.
WP는 “미 대통령과 장관 등 수뇌부가 전쟁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했고, 군인들은 주적이 누구인지, 왜 그들과 싸워야 하는지 헷갈렸다”고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월 26일 대테러전 개시 뒤 반년 만에 ‘탈레반을 소탕했다’고 판단, 이듬해 알카에다가 은신한 이라크로 전선을 옮겨버렸다. 2003년 부시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주요 작전이 완료됐다고 선언했고, 이듬해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의 공백을 틈타 탈레반은 재기했고, 이라크는 내전으로 빠져들었다.
반전(反戰) 여론 속에서 집권한 오바마도 임기 내 철군을 약속했다. 인접한 파키스탄 정부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치안과 재건 사업을 떠넘기고, 철군 시간표를 재촉했다. 파키스탄은 대놓고 미국과 알카에다·탈레반 사이에서 이중플레이를 했지만 군의 ‘조작’은 계속됐으며 미국은 쉬쉬했다. 오바마는 재선을 앞두고 철군 공약을 지키는 듯했지만 2014년 무력 공백 속에 신종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등장했다. 미국은 중동에 3만명을 증파해야 했다.
부시·오바마 두 정권의 백악관에서 일한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 장교는 “아프간전 성과가 (알카에다 수뇌)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이라고? 그 한 사람 잡으려 미국이 1조달러 쓴 것을 알면 수장된 빈라덴이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프간에 만연한 아편 재배·유통 소탕에만 90억달러를 썼지만 현재 아편 재배 농가는 더 늘었으며 2011년 2만5000명이던 탈레반은 6만명으로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