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 신부 선종···‘막걸리 총장님’에서 ‘주사파 발언’ 파문까지
[아시아엔=편집국] 한때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학생운동 세력인 ‘주사파’(主思派·주체사상파) 배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78세로 9일 오전 4시40분 선종했다.
박 전 총장은 2017년부터 신장 투석을 받아 몸 상태가 악화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난 박 전 총장은 1965년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예수회에 입회했다. 세례명은 루카. 1970년 사제품을 받아 가톨릭 성직자가 됐으며 197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영성신학 석사학위, 1979년 이탈리아 그레고리안대학에서 영성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홍 전 총장은 1970년대에는 박정희 유신정권에 맞서 활동했으며 전태일 장례미사에 나섰다 연행되기도 했다. ‘반미(反美)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1989년부터 8년 동안 서강대 총장을 지낸 그는 학생들과 종종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총장 오찬에서 “주사파가 (학원 내에) 깊이 침투해있다”며 학생운동 세력의 배후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지목하면서 논란이 됐다.
박 전 총장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고백성사를 하러 온 학생들로부터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신도들로부터 고백성사 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다. 천주교 사제가 신도들에게 고발당한 일은 처음이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1991년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 분신한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분신 정국이 이어지자 “우리 사회에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설화로 파문을 일으킨 탓에 1998년 박 전 총장이 서강대 재단 이사장에 내정됐을 때는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해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2002년 다시 재단 이사장에 내정돼 학내 반발 속에 이듬해 결국 이사장에 취임해 2008년까지 활동했다. 2003년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 발인 11일 오전 7시30분, 장례미사는 오전 9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19 예수회센터 3층 성당에서 진행된다.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 내 예수회 묘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