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교 “학생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조국사태’ 후유증 심각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 “친여 정치 성향 강요당했다” vs 학교장 “사상 주입 없었다”

[아시아엔=편집국] ‘정치 교사’ 논란이 불거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교장 나승표)에서 23일 학생들과 학교측이 교내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친여 정치 성향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 모임인 학생수호연대(학수연)가 기자회견을 열자 나승표 교장이 별도 공간에서 이를 반박했다.

학수연 입장에 반대하는 학생회도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인헌고 학생 50여명이 동참하고 있는 학수연은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주입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교사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학생에게 “가짜뉴스 믿는 사람은 다 개돼지야”라고 말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업적을 긍정 평가한 학생에게는 “너 일베니?”라고 모욕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지난 17일 교내 마라톤대회 때 반일 구호를 강요받았다”며 “학생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장달영 변호사가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학수연은 전날 서울시교육청 신문고에 교사들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 시교육청은 곧바로 사전조사격인 특별장학에 착수했다.

비슷한 시각 나승표 교장은 교내 시청각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사들의 사상 주입은 없었다”고 말했다. 나 교장은 “마라톤 대회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반일 감정이 고조됐던 시기에 열렸다”며 “선언문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1학년과 2학년 학생회장 5명으로 이뤄진 학생회장단은 “학교 내에서 먼저 해결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인헌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학수연 주장에 반대하는 학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학수연의 기자회견 장소에서 학생 50여명은 “저게 개돼지다” “허언증 그만”이라고 맞받았다.

학교측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학생을 하교시켰다.

한편 이날 학교 주변에는 보수단체 회원 등이 몰려 정치 성향 강요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조국 OUT’ 집회를 열어온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는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교사들에 의해 학생의 사상적 자유가 침해되는 학대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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