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자를 10년간 사로잡은 ‘추석의 추억’
[아시아엔=푸네 네다이 이란 <쇼크란 매거진> 편집장, 아시아기자협회 부회장] 추석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좋은 명절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을 다시 이어주는 추수감사절이다.
나는 2009년 한국에 있을 때 추석 풍습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나는 한국에 깊이 빠져있었던 것 같다. 마침 나의 일기를 바탕으로 <불사조의 나라, 코리아>란 책을 출판하기로 돼 있었다. 나는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한달간 한국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추석 전날이었다. 나와 한국 친구들 몇이 안동으로 향했다. 우리처럼 한국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만나기 위해 차를 몰고 고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동에 거의 다다를 무렵 보았던 붉은 사과나무가 생생히 기억난다. 우리 일행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세웠다. 사과나무는 과일이 많이 열려 나뭇가지가 휠 정도였다. 나는 사과가 품어내는 ‘천상에서 온 것 같은 향기’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안동은 잘 보존된 전통마을이었다. 나는 한옥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튿날 아침, 그러니까 추석날 아침 안동의 한 가족이 나와 우리 일행을 자기 집으로 안내했다. 그들과 우리는 절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잠시 뒤 그들은 나를 방안으로 오라고 했다. 아···, 그때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내 눈 앞 상 위에는 갖가지 맛난 음식과 다양한 과일들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과일과 음식을 가지런히 놓은 걸 보면 어떤 법칙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상 위에 차려진 것들이었다. 우리 일행은 안동의 한 가정의 제사의식에 초대됐던 것이다.
그들은 “추석은 조상을 공경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내게 말해줬다. 제사 상 위에 잔뜩 차린 음식이며 과일은 조상님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조상님들이 문 뒤에서 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집어 드시는 것을 믿는 것 같았다. 얼마나 상징적인 장면이고 또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추석날 아침 오셔서 후손들이 차려진 음식을 먹고 가신다? 우리 이란에선 전혀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우리는 조상님들 덕분에 지구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다 간다. 그리고 조상들의 생각과 습관 그리고 의식을 그대로 행하다 조상들이 계신 저 세상으로 떠난다.
제사의식이 끝난 후 그들은 우리 일행에게 다채로운 음식을 내왔다. 그때 안동에서 보고 느낀 그 장면은 한국의 추석 무렵이 되면 이곳 이란에서도 매년 영화필름처럼 내게 반복해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