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많고 많은 성姓···사토 상·다나카 상30만개 훌쩍 넘어

훗카이도 출신 일본 남성과 상하이 출신 중국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 스윗 하트 초콜렛의 한 장면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자문위원] 일본사람들 이름을 듣고 낯설었던 경험은 누구나 다 겪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이름에 비교하면 우선 길고 어려운 느낌이 든다. 가가와 신지(香川?司), 아사다 마오(?田?央) 같은 이름은 한번 들어서는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또 성이 무엇이고, 이름은 어떤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일본사람들 이름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성이 앞에 오고 이름이 뒤에 온다.

가령 香川(가가와) ?司(신지)의 경우 가가와가 성, 신지가 이름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서로를 부를 때 이름보다는 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뒤에 상(さん)을 붙여서 가가와 상, 아사다 상 이렇게 말이다. 그럼 이름은 언제 부를까? 아주 친밀한 관계일 때만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니 처음 만난 일본인을 이름만으로 부르는 건 실례일 수 있다.

이름은 보통 한자로 표기하지만, 일본 문자인 히라가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같은 한자를 사용하더라도 다르게 읽기도 하고, 같은 발음이더라도 다른 한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참으로 복잡하다. 또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여성이 결혼하면 성이 바뀐다. 일본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편 성으로 바꾸게 된다. 고야마 미사에(여)가 노하라 히로시(남)와 결혼하게 되면, ‘노하라 미사에’가 되는 것이다. 즉 패밀리 네임(가족명)을 갖게 되어 가족이 모두 같은 이름을 공유한다. 결혼 후에도 원래 성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조금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는 것은 남자쪽 집안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어느 가문 출신인지를 나타내기 위해서 성을 바꾸지 않은 채 현대까지 내려오고 있다.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 문패에는 보통 아버지 이름을 쓰거나 아버지·어머니 이름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의 문패에는 그 가족의 성만 쓰여 있다. 문패에 가족 구성원 모두를 쓴 것과 같은 셈이 되는 것이다.

문패에 野原(노하라)라고 써있다면 여기에는 ‘아빠 노하라 히로시’ 엄마 ‘노하라 미사에’ 아들 ‘노하라 신노스케’ 딸 ‘노하라 히마와리’ 등이 함께 적혀이는 셈이다.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지고 여권이 신장하면서 결혼 후에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본인 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족은 같은 성을 쓰게 돼 있어서 호적상으로는 성을 바꿀 수밖에 없다. 만약 아내가 바꾸지 않으면 남편이 부인의 성을 따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앞에서 일본인들은 서로를 성으로 부른다고 했는데 서로 성으로만 부르면 헷갈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 일본의 성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성씨는 30만개가 넘는다. 가장 많은 성씨인 사토(佐藤)도 200만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전체 인구 1억3천만명의 2%를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성씨는 5천개가 넘지만 가장 많은 김(金)씨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해, 성으로 부르기에는 중복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일본에서 이렇게 성(姓)이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귀족들만 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일반 평민들은 성 없이 이름만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이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세금 징수를 위해 평민에게 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마침내 1870년대에 거의 모든 사람이 성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평민들이 부여받은 야마시타(山下, 산 아래)나 고바야시(小林, 작은 숲) 같은 성을 보면 지역이나 직업 등과 관련된 것이 많다. 성을 보면 그의 조상이 어떤 지역에 살았는지, 혹은 어떤 일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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