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독일·일본·영국·러시아 등에 번지는 ‘R의 공포’

산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엔진인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부진, 글로벌 경기둔화, 브렉시트 불확실성,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으로 경제적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돌림병처럼 GDP 감소···”미중 무역전쟁이 주요 원인”
수출의존국 신음···자원부국도 원자잿값 내릴라 초조

[아시아엔=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며 독일,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경제권이 경기침체 벼랑에 몰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로 공급사슬이 교란되고 교역 질서에 불확실성이 가중돼 수출, 투자가 감소하면서 결국 경제활동 전반이 위험한 수위까지 위축되고 있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유럽의 성장엔진’인 독일은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세계 4위 경제국 독일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1% 줄었고 3분기에도 감소가 예상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월례 보고서를 통해 “전체 산출(GDP)이 한 차례 더 소폭 감소할 수 있다”면서 “산업에서 계속되는 하강기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대형은행 도이체방크는 독일의 3분기 GDP가 0.25% 역성장해 이론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는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돼 생활이 힘들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최소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할때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독일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원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이 거론된다. 분데스방크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기간산업인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가 환경규제 강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향한 기술혁신, 글로벌 경기 둔화에 타격을 받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 공포에 사로잡힌 영국도 앞서 GDP가 쪼그라들었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유럽연합과 아무 합의 없이 탈퇴 효력이 발생해 완전히 새로운 교역 환경에 처하는 사태를 말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지난 9일 발표된 영국의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2% 줄어 2012년 4분기 이후 6년여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영국은 제조업, 건설업, 농업 등의 동반 역성장 속에 3분기에도 GDP 감소를 기록해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경제 규모가 세계 3위인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경기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일본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6% 줄어 8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로이터의 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단칸)에서는 제조업 경기지수가 2013년 4월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최저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수출 부진과 제조업 경기 위축의 원인을 미중 무역전쟁으로 지목하며 일본에 경기침체 우려 신호가 새롭게 등장했다고 해석했다.

NLI 리서치연구소의 사이토 다로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에 가시적 해결책이 없고 글로벌 경기와 제조업이 계속 약세인 까닭에 수출업체의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초 발표된 일본의 2분기 실질 GDP는 수출부진 속에서도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먼저 지목되고 있다.[정연주 제작] 사진합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먼저 지목되고 있다.[정연주 제작] 사진합성
마찬가지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고 경기침체 벼랑에 섰다.

이달 13일 발표된 싱가포르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은 계절조정 연율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3.3% 감소했다.

싱가포르 통상부는 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경기둔화, 홍콩 정세 불안 등을 위협 요소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첨단제품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아시아 전역의 공급사슬을 망가뜨리는 미중 무역전쟁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중 무역갈등이 단시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서 싱가포르 경제가 3분기에 이론상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부한 원자재를 보유한 러시아 같은 자원 강국에서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의 기업추세연구소(CBTS)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러시아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CBTS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저하되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의 수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올해 1∼5월 전체 수출 가운데 80%를 에너지, 금속, 목재와 같은 원자재에 의존했다.

CBTS는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재정, 환율, 물가 등에 문제가 발생해 러시아가 경기둔화를 넘어 심지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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