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당신이 모르는 한국을 알려드립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있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궁하면 통한다’는 괘(掛)다. 어떤 것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나갈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문은「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헤쳐 나갈 방법이 생기고, 죽어라 하고 어려운 일이 겹쳐오더라도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무슨 일이나 궁극에 도달하면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역은 어려운 변화가 생기면 통하는 길이 생기고, 통하면 오래오래 계속된다고 전하고 있다.

세상만사는 변화·유전·반복·순환하는 것이 ‘역(易)’의 이치다.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하늘과 땅이 서로 교제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역에서는 말한다. 세상일은 한번 성(盛)하면 쇠(衰)하고, 넘어지면 일어나게 되어 있다. 하늘과 땅의 이치가 이러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오죽할까? 나라도 마찬가지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6일 만에 끝났다. 프랑스의 드골정부는 6일 전쟁 이후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행기 수출을 금지해 버렸다. 프랑스로부터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이스라엘의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이 단번에 위기를 맞게 됐다.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미라지 전투기와 미사일 같은 무기를 구입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스라엘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맞았다. 그 위기가 창조적 연구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결과적으로 항공 산업이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하여 독립적인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프랑스의 금수조치 덕분이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가혹한 환경이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성숙시켰다는 ‘도전과 응전의 법칙’을 주장했다. 토인비는 외부의 도전 없이 스스로 멸망한 문명으로 고대 ‘마야문명’을 들고 있다. 찬란한 태평성대의 문명을 이루었지만, 외부의 적이 없어 평소 편하게 살았던 이들에게 들이닥친 갑작스런 시련은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일본이 수출금지령의 강도를 높이며 백색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지금까지 일본에 의존하여 소재 및 부품을 조달하던 한국 업체들은 당장 공급선이 끊겨 여러 가지 문제가 불가피하여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였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골든 링크’(Golden Link)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사슬에는 가장 값 비싸면서도 가장 약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골든 링크’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당분간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니까 한국은 ‘기술의 사슬’을 강하게 만드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를 경제강국으로 가는 길을 더욱 넓혀 줄 자극제로 삼는 계기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수십 년간 반도체, 화학, 기계 등의 정밀산업 부문에서 일본에 의존했던 소재와 부품을 이제 완전 국산화할 때가 온 것이다.

궁하면 통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부품소재가 없으면 개발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익숙한 방식에 길들여진 사람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는 창조적일 리가 없다. 우리가 일본에 비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기업이나 정부는 돈이 많이 들고 국내수요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자체 기술개발 대신 일본에 의존해 왔다.

이제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어떤 기업들은 “한국인은 쉽게 끓는 냄비와 같아서 얼마 안가 식어버리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열불이 나지 않을 국민은 아마 없을 거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세우고, 경제성장의 결정적 순간을 위해 일본의 우산을 던져 버릴 때가 아닌가?

일본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나라다. 우방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기술입국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초과학과 각종 기계부품소재산업의 기술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성공적인 독자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는 아낌없는 자금 지원과 세제(稅制) 혜택을 주어야 한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자 녀석이 “탄성(彈性)이 뭔지 아세요?” 하고 물어 왔다. “할아버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 “꽉 누르면 튀어 오르는 성질이에요.” 그러면서 입고 있던 바지의 고무줄을 잡아당기더니 확 놓아버리면서 “이게 탄성이에요!”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회복 탄력성이 강한 민족이다. 일본이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정말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잘못 건드린 것’이다. 썰물이 있으면 반드시 밀물의 때가온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고, 밤이 지나면 반드시 낮이 오는 법, 지금 나라의 형편이 썰물 같이 황량하다 해도 낙심하고 함부로 나라를 비판하면 안 된다.

얼마 전 어떤 여인과 목사, 한 교수가 “일본 아베 수상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야말로 뿌리 깊은 친일파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베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그만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가서 살면 좋겠다.

건전한 충고와 훌륭한 의견이 있으면 그것을 제시하고 우리는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힘과 용기와 투지가 솟아올라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밀물이 찰 때가 돌아오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급거 일본을 다녀온 후에 사장단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자”고 했다. 우리가 그런 자세로 나아가면 어찌 일본의 아베쯤이야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것이다.

벌써 일본에서도 ‘한국을 잘못 건드렸다’고 하는 말이 들려오고 있다. ‘궁즉통’이다. 무슨 일이나 방심하면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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