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1년반···‘연명치료거부’ 서류 30만명·‘존엄사 선택’ 6만명
연명의료 유보·중단환자 10명 중 7명꼴로 가족이 결정
[아시아엔=연합뉴스] ‘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 1년반 만에 30만명이 나중에 회복 불능의 상황에 빠졌을 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서류를 작성했다.
실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선택한 임종기 환자도 6만명에 육박했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2월 4일 도입된 연명의료 결정제도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7월 31일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 사람은 29만9천248명에 달했다.
여성 21만293명(70.3%), 남성 8만8955명(29.7%)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생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었을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서 등록할 수 있다.
존엄사법 시행 18개월 만에 실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5만8398명(남성 3만5176명, 여성 2만3222명)으로 6만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암이나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뇌 질환 등을 앓다가 존엄사를 택했다.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연명의료라고 하는데, 유보는 이런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환자 자신의 뜻보다는 가족의 의사가 반영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각각 1만8759명(32.1%), 2만235명(34.7%)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6.8%에 이르렀다.
말기·임종기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1만8770명(32.1%)이었다.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놓고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634명(1.1%)에 그쳤다. 미처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쓸 새도 없이 급작스럽게 임종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존엄사법 이후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생명만 무의미하게 연장할 뿐인 의학적 시술을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 애초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만 중단할 수 있었지만, 지난 3월 말부터는 체외생명유지술(ECLS.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으로 중단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