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받고 싶으신 분?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혹은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말이다. 옛날 로마제국이 번성할 때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전쟁 영웅들의 개선행진 전통에서 시작된 말이다.
영웅들이 개선을 환영하는 시민들의 함성 속에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교만해지거나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노예들로 하여금 개선장군의 바로 뒤에서 “메멘토 모리”를 외치도록 했다. 개선장군에게 ‘메멘토 모리’의 외침을 듣게 한 것은 “당신도 언젠가 살육당한 적들과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르니 항상 경계하라”는 뜻도 있고, “전공으로 우쭐해 반란을 꾀하다 사형을 당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도 있었다.
우리는 우쭐거리다 가패신망(家敗身亡)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죽을 줄도 모르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다가 퇴출당한 정치인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밤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 이상으로 피할 수 없는 철칙이다.
이 죽음에 대한 대비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착하고 겸손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오랫동안 성공을 지속하는 사람들을 한번 보자. 그들이 언제나 꼭대기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르는 데도 익숙했지만, 내려가는 데도 탁월했다. 내려가야 할 시기가 오면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성큼성큼 걸어내려 간다.
우리가 행복한 생애로 인생을 마감하려면, 교만(驕慢)한 마음을 내려놓고, 화려한 과거를 버려야 한다. 어제를 버려야 오늘을 맞이할 수 있다. 오늘을 버려야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인생이 산을 오르는 것처럼 계속 오를 수만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미리미리 내려가는 길에 대한 준비를 해 놓는다. 오르면서 내려갈 때를 미리 생각하고, 정상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다. 인생 살다보면 고난과 시련을 겪을 때도 있다. 승승장구하며 순조롭고 잘 나갈 때도 있다.
일찍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낙관주의자는 현재에 만족할 줄 알고 유쾌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그들은 실패하거나 궁지에 몰렸을 때도 상황을 잘 극복하고, 병적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매우 낮다. 면역력이 강하고 실제로 기대수명도 평균보다 높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과 태도, 사고방식은 우리 삶에 많은 부분에서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 예로 아프리카인들이 있다. 그들은 그토록 열악하고 참혹한 환경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심지어 선진국들보다도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필자는 살아가면서 힘들 때마다 고난의 모습과 대면하며 위축되기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언제나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었다.
가수 심수봉씨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가 있다. 그 가사를 음미해 본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어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
우리는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나왔을까? ‘행복의 비결’은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