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메카 성지순례 시작···사우디 국왕, 뉴질랜드 모스크 총기참사 생존자·유족 초청

메카 대사원에 모인 성지순례객

작년보다 20만명 증가···사우디, 적대국 이란 순례자 9만명 비자 

[아시아엔=연합뉴스]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메카 성지순례(하지)가 9일(현지시간) 이슬람의 성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 일대에서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부는 “올해 성지순례에 전 세계에서 온 무슬림 184만명과 사우디인 25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0만명 많은 수치다.

두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우디는 안전한 성지 순례를 위해 군경과 의료진, 질서 유지 요원 35만명을 배치했다.

메카 성지순례는 수시로 이뤄지는 ‘움라’와 이슬람력(曆·히즈라력)으로 12번째 달이자 마지막 달인 ‘두 알히자’의 8일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하지’로 나뉜다.

메카 대사원의 카바 주변에 모인 성지순례객

음력의 일종인 이슬람력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태양력보다 1년에 약 열흘 정도 짧아 하지 시작일은 해마다 그만큼 앞당겨진다. 올해는 특히 메카 지역의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에 진행되는 만큼 사우디 당국은 에어컨으로 냉방하는 텐트 35만동을 설치하는 등 순례객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리이스트 처치에서 발생한 모스크 총기난사 테러의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200명을 메카로 초청했다.

이슬람의 발상지이자 최대 종교적 성지인 메카 성지순례를 치르는 것은 무슬림이 행해야 할 성스러운 5가지 기둥(의무) 중 가장 중요하다. 신실한 무슬림이라면 움라 또는 하지를 일생에 한번 경험하는 것이 종교적 숙원이다.

이슬람 지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는 하지의 중요성을 고려해 단교한 이란에 약 9만장의 성지순례 비자를 발급했다. 사우디 성지순례부는 단교한 카타르에도 성지순례를 허용했으나 카타르 정부가 이를 정치화한 탓에 소수만 참여했다고 비판했다.

통상 닷새간 진행되는 성지순례는 메카 대사원(알마스지드 알하람) 중앙의 육면체의 구조물인 카바를 7바퀴 도는 것(타와프)으로 시작한다. 이날 메카 대사원 내 잠잠 우물에서 성수를 마신다. 메카에 온 예언자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일이 심한 갈증으로 울음을 터뜨리자 발아래에서 솟았다는 우물이다.

당시 아브라함의 여종이자 이스마일의 생모인 하갈은 물을 구하러 사파 언덕과 마르와 언덕 사이를 7번 오갔다고 하는 데, 순례객은 메카 대사원에서 이를 그대로 본뜬 ‘왕복 의식’을 치른다.

이를 마치면 인근 미나계곡으로 옮겨 쿠란을 읽으며 하룻밤을 보낸 뒤 예언자 무함마드의 마지막 예배장소였다는 아라파트산까지 약 20㎞를 걸어 해 질 녘까지 기도한다.

이후 무즈달리파로 이동해 노숙하면서 자갈을 7개 줍는다. 이튿날 자마라트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벽에 이 자갈을 던진 뒤 메카 대사원으로 돌아와 카바를 7바퀴 돌면 성지순례가 끝난다.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돌 던지기 의식을 치를 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종종 인명 사고가 나기도 한다. 2015년 대규모 압사 참사도 이 부근에서 일어났다.

성지순례 사흘째부터 이슬람 국가는 3일 안팎의 ‘이드 알아드하'(희생제)라는 명절을 보낸다.

성지순례 종료를 축하하고 양이나 낙타를 잡아 이웃과 나누거나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자카트)을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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