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8월부터 대만 개인여행 일시중단···대만 “일방적 합의 파기” 강력항의
민진당 “관광을 무기로 써”···국민당 한궈위 “민진당과 대만인 동일시 말라”
[아시아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8월부터 자국민의 대만 개인 여행을 일시 중단시키기로 했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對)대만 관광 협상 창구인 해협양안여유교류협회(海旅會·CSTE) 명의로 이러한 내용을 공고했다.
해협양안여유교류협회는 “현재의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고려, 8월 1일부터 47개 도시 주민의 대만 개인 여행을 일시 중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짧게 밝혔다.
해협양안여유교류협회는 그러나 이번 결정의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2011년 대만 개인 여행을 허용하기 시작했으며,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47개 도시에 호적을 둔 주민들에게 대만 개인여행을 허용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개인 여행이 중단되면서 중국인들은 단체여행을 통해서만 대만을 관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여기에 적극 호응하면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중국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단호하게 싸워 국가의 통일을 지켜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이 우리측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대만 관광 관련 부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269만명을 기록, 차이잉원 총통 취임 전인 2015년에 비해 35% 감소했다.
지난해 대만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이 승리한 후, 올 상반기에는 중국 관광객이 16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로 대만 관광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달콤한 과실을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민진당은 또 “중국이 2016년 이후 중국 관광객들을 민진당을 위협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대만은 이러한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 중국 성향으로 평가되는 국민당 대선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은 중국 당국에 민진당과 대만 사람들을 “동일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만에선 내년 1월 총통선거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