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열흘 새 경찰관 등 19명 연쇄 피살···“타도 두테르테” 구호 남겨
[아시아엔=연합뉴스] 필리핀 중남부 네그로스 오리엔탈주(州)에서 최근 열흘 사이 경찰관 4명을 포함해 모두 19명이 괴한에게 살해됐다.
28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2시30분께(현지시간) 아융온시에서 무장 괴한들이 에나르데시도 전 시장의 집에 침입, 에나르데시도 전 시장과 조카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2시간 전쯤에는 칸날라온시 현직 시의원과 기초단체 대표가 각각 자택에서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괴한들은 벽에 “신인민군(NPA) 영원하라, 타도 두테르테”라는 구호를 적고 달아났다.
NPA는 필리핀 공산당의 무장조직이고, 두테르테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말한다.
이같은 연쇄 총격 피살사건은 지난 18일 아융온시에서 경찰관 4명이 공산 반군으로 알려진 무장 괴한들에게 한꺼번에 피살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금까지 변호사, 학교장, 기초의회 의장 등 유력 인사를 포함해 불과 10일 사이 모두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공산 반군의 계획적인 범행인지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공산당은 성명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번 연쇄 피살사건이 정적과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는 1969년부터 벌어진 공산 반군의 무장투쟁으로 지금까지 4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8월 정부와 공산 반군은 평화협상을 시작하며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 평화협상이 백지화하면서 다시 서로 총구를 겨눴다.
1980년대 2만6천여 명에 달했던 공산 반군은 현재 4천여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