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실리콘밸리 4300억원대 ‘할랄금융’ 다단계 사기로 ‘시끌’

월드트레이드센터 헬리패드에서 내려다본 벵갈루루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아시아엔=편집국]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서 4300억원 규모의 금융 다단계 피해가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도 데칸헤럴드 등에 따르면, 인도 경찰은 유사 수신(受信)회사인 ‘I통화자문’(IMA) 회장 무함마드 만수르 칸을 쫓고 있다.

칸은 2006년 IMA 설립 후 투자자를 모으며 돈을 받아 왔다. 이른바 ‘폰지 사기’라 불리는 유사수신이다. 고액의 이자를 약속하고 투자금을 받은 다음, 후순위 투자자의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이자를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다.

칸은 여기에다 할랄(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뜻)이라는 요소를 더했다.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은 은행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할랄 금융’은 귀금속이나 선박 등에 투자하고 시세 차익이나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칸은 1계좌당 5만루피(85만원)의 투자금을 받은 뒤, 투자자들에게는 금과 보석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얻는다고 선전했다. 칸은 연간 30%의 수익을 약속, 후순위 투자자가 낸 돈을 빼서 지급하면서 몇 년 동안은 별 문제없이 수익을 지급했다.

할랄을 내세우며 칸은 이슬람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헌금도 했다.

그러던 칸이 지난 7월 12일 이슬람 성직자 한니프 아프사르 아지지가 칸의 사기에 연루돼 경찰에 구속됐다. 신도들에게 IMA에 돈을 투자하도록 권유한 혐의다. 아지지 외에도 5명의 이슬람 성직자가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칸의 사기 행각은 무려 10년 넘게 이어졌다. 꼬리가 잡히게 된 것은 2017년 인도 세무당국이 IMA가 세법 규정을 지키지 않아 조사에 들어가면서다. 이듬해 11월 세무 당국은 IMA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다수 찾았다. 결국 IMA는 올해 3월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됐다. 지금까지 칸에게 돈을 맡겼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만 5만명, 금액으로는 250억루피(4300억원)에 달한다.

이달 초 해외로 도망간 것으로 알려진 칸은 최근 공개한 비디오 영상에서 “회사 자산이 1350억루피(2조3233억원)로, 신변 보장만 해주면 자산을 팔아 돈을 다 갚겠다”고 말했다. 이에 벵갈루루경찰청장은 신변 보장을 약속했지만, 칸은 귀국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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