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일본기자들은 ‘속기사’?···정부 발표 받아적기 바빠”
[아시아엔=편집국] “일본은 헌법에 언론자유가 보장된 현대 민주주의 국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때때로 독재정권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언론을) 대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월 5일자에서 ‘질문을 많이 하는 기자, 많은 질문이 그녀를 별난 사람으로 만든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의 언론 환경에 대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정부만 비판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 순응적인 취재와 보도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언론도 비판했다. 특히 정치인들이 언론사 경영진과의 친분을 통해 기자 개개인을 관리하고, 특정 기자의 기자회견 접근조차 막는 점을 지적했다. NYT의 이 기사는 아사히신문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NYT는 ‘질문을 많이 해 별난 존재가 된’ 도쿄신문의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44) 기자를 주목했다. 그는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늘 끈질기게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치즈키는 사회부 소속으로, 2017년 아베 신조 정권을 강타한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아베 정권이 사학재단 가케학원에 수의대 신설 관련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취재했다. 그가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엔 알맹이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40분에 걸쳐 질문 23개를 쏟아낸 것은 일본 언론계와 관가에선 무척 유명한 일화다.
이런 모치즈키에게 스가 관방장관은 “당신 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한 것은 물론, 기자회견 담당 직원이 “질문을 간결히 해달라”는 등의 말로 모치즈키가 질문하는 1분 30초 동안 7차례나 끼어들었다. 일종의 취재방해를 한 것이다. 또 일본 총리실은 모치즈키의 질문을 두고 도쿄신문에 서면을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한 것만 9차례에 이른다. 총리실은 지난 2월 모치즈키 기자와 도쿄신문을 넘어 총리 관저 출입기자단에도 “관방장관 기자회견의 의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문제의식을 공유해달라”는 내용의 항의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NYT는 “일본 언론계에 ‘취재기자단’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고, 여기에서 배제되거나 정부 관계자의 정보를 얻지 못할까봐 기자들이 날 선 질문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NYT는 “모치즈키의 동료들은 가끔씩 질문하는 사람(inquisitor)보다는 받아 적는 사람(stenographer)인 양 행동하지만 그녀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며 “모치즈키가 일본에서 ‘언론자유를 위한 영웅’이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언론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NYT만이 아니다. 지난 6월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일본 언론이 정부 관계자 압력에 노출돼 있어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