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쉬리> 개봉 20년···공동경비구역·의형제 등 ‘분단영화’ 속 북한 이미지는?
[아시아엔=편집국] 2019년은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가 개봉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쉬리> 이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비롯해 <웰컴 투 동막골>(2005), <의형제>(2010), <베를린>(2012), <용의자>(2013) 그리고 <공작>(2018)까지 지난 20년 동안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액션, 전쟁, 스릴러, 첩보,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등장했다.
남한의 장르 영화들은 북한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했을까?
지난 6월 28일 열린 평창남북평화영화제와 북한연구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광운대 강성률 교수는 ‘흉터의 얼굴들, 그리고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0년 동안 등장한 한국전쟁 소재의 영화와 분단 장르 영화를 분석했다.
강 교수는 “과거 반공영화에서 북한군을 부정적 방식으로 그리던 것과는 다르게, 최근의 전쟁영화들은 북한군을 인간적이며 매력적으로 재현한다는 점은 분명 달라진 지점”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하지만 북한을 동포로 재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한의 관객에게 남아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재현이 바로 수많은 전쟁 영화에서 북한군의 얼굴에 있는 흉터이며, 결국 그들은 영화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화에 나타난 북한군은 인간적이고 매혹적이지만, 여전히 북한 체제는 두려움이나 혐오, 배척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김경욱 영화평론가는 ‘꽃미남 배우의 북한 재현’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최근 분단 장르 영화의 북한 캐릭터들을 정우성, 강동원, 김수현, 현빈 등 이른바 ‘꽃미남’ 배우들이 맡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김 평론가는 “그들은 북한 정부와 분리된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일반적인 액션 영화의 히어로로 장르화되었다”고 말했다.
김경욱 평론가는 “꽃미남 배우가 북한 사람으로 등장해 이상적인 남성/영웅으로 활약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북한(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재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최근 분단 장르 영화의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주인공과 북한 수뇌부의 갈등을 만들어냄으로써, 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강화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론자로 나선 정지연 영화평론가와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분단 장르 영화에서 북한에 대한 표현이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선 모두 동의하면서, 크게 두 가지 점을 지적했다. 정지연 평론가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정치적 요인 외에도 영화 자본이나 제작 시스템 그리고 관객의 세대 변화 등에도 있을 가능성을 타진했다. 21세기 들어 남한 영화에서 북한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는 건, 복합적인 상황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향후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반공영화 시기 괴물처럼 묘사되었던 북한의 이미지가 현재는 꽃미남으로 표현될 만큼 바뀌었다”며 “하지만 그 안엔 여전히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이고 고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인식에도 어떤 변화가 가능할 것인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