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TV진행자 생방송 중 “푸틴은 악취나는 점령자”···이튿날까지 방송 중단

조지아 시사평론 프로그램 P.S. 진행자 게오르기 가부니아 [방송사 자료 캡처]
친러 분리·독립지역 군대 파견 러 비난···크렘린 “절대 용납 못해”

[아시아엔=연합뉴스] 옛 소련 캅카스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TV 방송 진행자가 방송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욕설에 가까운 험한 말을 퍼부으면서 최근 조지아 야권과 시민들의 대규모 반러 시위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의 유력 민영방송 ‘루스타비 2’의 주말 시사평론 프로그램 ‘P.S.’ 진행자 게오르기 가부니아가 7일 저녁(현지시간) 정규 방송에서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험한 말을 한 것이 조지아와 러시아 양국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부니아 진행자는 정치·경제·사회 현안들을 분석하는 자신의 생방송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갑자기 조지아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말을 바꾼 뒤 푸틴 대통령을 향해 “악취를 풍기는 점령자”라고 칭하고 “푸틴과 그의 노예들에게는 우리의 아름다운 땅에 설 자리가 없다”고 공격했다.

지난 2008년 조지아와 전쟁을 치른 러시아가 조지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親)러시아 성향의 자치 지역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상황을 규탄한 발언이었다.

1분 이상 이어진 가부니아의 푸틴 비난 발언이 방영된 후 방송사 주변엔 친러시아 성향 시청자 수백명이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가부니아와 방송사 사장의 해고를 요구하면서 방송사 건물로 계란과 물병을 던지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경찰이 긴급 출동해 시위대를 저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뒤이어 니카 그바라미야 사장이 시위대의 과격 행동으로 방송사 직원들이 위험에 처했다며 방송 송출 중단을 지시해 이튿날 아침까지 모든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조지아 방송사에 몰려든 시위대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방송 사고’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한 조지아 정부는 즉각 가부니아의 행동을 질책하고 나섰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 노선을 추구하는 중도 성향의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가부니아의 행동은 조지아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으며 조지아와 러시아 관계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친(親) 러시아 성향 집권당 ‘조지아의 꿈’ 소속인 마무카 바흐타제 조지아 총리도 가부니아의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와 정계는 자국 지도자에 대한 공격에 발끈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나라와 대통령에 대한 모욕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것을 단호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공보국 명의의 논평을 내고 “저속한 표현으로 러시아 지도부를 부당하게 공격한 유례없이 수준낮은 적대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면서 “이는 러-조지아 관계를 훼손하려는 조지아내 극단적 세력의 또다른 공개적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블라디미르 드좌바로프도 “이 언론인(가부니아)은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나라(러시아) 전체를 모욕했다”면서 조지아에 금수 조치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 수사기관이 가부니아를 형사입건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정교회 국가 의회 간 모임인 ‘정교회 의회 간 회의'(IAO) 의장을 맡고 있는 러시아 하원의원이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한 것에 친서방 성향 조지아 야권 지지자들이 반발해 대규모 반러·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데 뒤이어 발생했다.

러시아는 조지아의 반러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양국 간 항공운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자국 여행객들의 조지아 관광도 제한하는 조처를 하며 압박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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