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후기] 박유리 한겨레 기자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아시아엔=박유리 한겨레신문 탐사2 에디터석 기자] 날씨는 춥고, 취재는 어렵고, 시간만 흐르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운전면허가 없기에 비행기, 기차, 택시를 타고 여의도 농부들의 논과 밭을 찾아 나섰습니다. 때로는 걷거나, 처음 보는 농부에게 부탁해 그의 트럭에 몸을 실었습니다.
강원도 평창의 한 호텔에선 탈수와 구토, 몸살로 이틀간 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평창의 낯선 병원에 누워 수액을 맞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이 취재가 끝나긴 끝날 것인가.
농지를 보유한 의원(부부 합산) 99명의 등기부 등본을 떼고, 전국을 다니고, 이들의 18~20대 공약을 찾고, 지자체에 전화하여 공약과 땅의 관련성을 들여다보고, 도로 개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자체 고시 정보를 확인하고,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등의 일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탐사기획 1~2회가 연재된 뒤인 지난 4월 초 농지법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서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다시 봄으로. 이 취재가 마무리될 즈음 집 앞 벚꽃이 피는 걸 보면서, 계절이 흐르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꽃이 질 때야 탐사기획 6회가 마무리됐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런 지옥 같은 취재는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면서 말입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때마침 의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와 농민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한 지상파 방송국 시사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두고 제게 연락을 한 뒤였습니다.
의원을 비롯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일상화되고, 땅값이 오른 농지에서 밀려나는 농민들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은 농지, 농민, 농촌 실태에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