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중앙은행 총재 전격교체···“금리인하 압박 에르도안과 갈등?”
[아시아엔=편집부, 연합뉴스]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무라트 체틴카야 터키 중앙은행 총재가 전격 해임됐다.
터키 정부는 6일(현지시간) 무라트 체틴카야 터키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를 신임 총재로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을 관보에 게재했다.
중앙은행 총재를 갑작스레 교체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터키 정가와 금융권에서는 2016년 4월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 체틴카야가 조만간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에르도안 대통령과 견해차를 보인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터키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투옥과 관세 갈등 등으로 대미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리라 폭락사태를 겪었다. 이어 9월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체틴카야 총재 주도로 기준금리를 6.25%P 인상한 24%로 급격히 올렸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넘는 등 고물가가 이어지자 중앙은행은 이후 리라 방어와 물가 관리를 위해 금리를 계속 동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고금리’에 공공연하게 불만을 토로했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에 압박을 가했다. 에르도안은 공개행사에서 “곧 금리 인하를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금리는 만악(萬惡)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고금리가 물가상승의 원인이다”는 등 독특한 경제관을 펼쳤다.
정부 소식통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위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이 체틴카야 총재에게 사임을 요구했으나, 체틴카야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우이살 신임 총재는 성명을 통해 “통화정책을 계속 독립적으로 운용할 것이며, 물가 안정을 주된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72%로 전월(18.71%) 보다 다소 낮아졌다. 이는 지난 1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터키가 오는 25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터키가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을 도입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제재에 나설 경우 리라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