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정근 서울대총학생회장 “’볶음밥에 짬뽕국물’ 선거공약 이행 기뻐”
[아시아엔=<서울대총동창신문> 박수진 기자] 최근 ‘A교수 사건’으로 불리는 서울대학교 학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은 학교 안팎에서 많은 주목과 비판을 받았다. 서울대 도정근 총학생회장 도정근(물리천문 2015년 입학)은 “해당 교수가 정직 3개월이 아닌 1, 2년을 받으면 괜찮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 정도 잘못이면 스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취지가 훨씬 강하다”고 했다.
작년 11월 당선돼 임기 반환점을 돈 도정근 제61대 총학생회장을 5월 29일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서 만났다. 도 회장은 생활 밀착형 공약과 함께 ‘내 일상과 함께 하는 총학생회’를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약 중 하나인 사당역 셔틀은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대변자 역할에도 충실하다. ‘A교수 사건’으로 불리는 학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응해 2년 만에 총학생회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 학생총회를 소집해 성사시켰다.
-최근 학생사회의 큰 현안은 ‘A교수 사건’인 것 같다. 학생총회도 열었다.
“1900명 정도 왔다. 그 많은 학생이 시간을 내서 한 표를 던질 정도로 폭넓게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 가지 짚어둬야 할 건 학생들은 해당 교수가 정직 3개월이 아닌 1, 2년을 받으면 괜찮다는 수준의 논의를 하는 게 아니다. 이 정도 잘못이면 스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취지가 훨씬 강하다. 지난 현안 중에서는 지난 2월의 시설노조 파업이 컸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대응했다고 판단한다.”
-임기 절반을 보낸 소감은.
“자평하자면 학생들의 일상과 관련된 일은 그전까지 총학생회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준비중인 것도 있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총학생회 청원 제도를 개발 중인데 여름방학에 완료될 것 같다. 교육정책이나 학사제도 관련 부분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교수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합의가 필요해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아쉽다.”
-작년 선거기간 중 ‘볶음밥 짬뽕국물 보장’ 공약이 화제였다.
“공대 간이식당에서 볶음밥을 주문하면 짬뽕국물도 함께 주도록 하겠다는 공약이었다. 2월부터 나오고 있다. 볶음밥에 짬뽕국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학생회가 이런 것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웃음).”
-교통 공약을 빠르게 이행 중이다.
“교통은 전통적인 현안이었는데 그간 총학생회 차원의 성과가 없었기에 선거 때부터 중점을 뒀다. 사당역 셔틀버스가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3일째 되는 날 2시간 동안 290명 정도가 탔다. 자정 넘어 운행하는 심야 셔틀버스도 1학기 시작 전부터 학교와 협의가 잘 됐다.”
-정책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나.
“평소 학교 다니면서 들리는 소리를 열심히 캐치한다. 짬뽕국물도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지나가는 말로 아쉽다고 한 걸 기억해 뒀다.”
-학교와 소통은 원활한지. 마침 오세정 총장의 학과 후배다.
“소통에 크게 문제가 없다. 총장님과는 국회의원 하실 때도 자연대 학생회장으로서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관련해 자주 찾아뵀다. 또 총학생회를 시작할 때 교직원 사회, 학교 당국과 관계 및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내세웠는데 그런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시흥캠퍼스 관련 여론도 달라진 것 같다.
“2017년쯤에 가장 갈등이 심했는데 2년이 지났다. 학생들의 시계에서 2년은 큰 기간이다. 학교에서 강제로 뭔가를 추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에 총학생회도 부담을 덜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도 저렴하고 좋은 시설의 기숙사처럼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시설이 있으면 시흥에 갈 사람도 있겠다는 정도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열어놓고 토론해볼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된 것 같다.”
-동문들의 학생회 지원은 충분한지.
“매년 총동창회에서 지원해준다. 특히 돈이 많이 드는 축제에 큰 힘이 된다. 동창회 외에 연 닿는 선배님들이 조금씩 도와주기도 하신다. 동문 선배님들과 연계가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
-4학년인데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은.
“우선 군대를 다녀와서 생각하려 한다. 대학원에 가면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고 1학년 때 교육 서비스 스타트업을 잠깐 했는데 스타트업도 생각하고 있다. 학생회를 하면서 정치와 학생회, 사업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핵심은 사람들이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그걸 충족할 수 있는 뭔가를 정책이든 상품, 서비스로든 현실적으로 고민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재밌게 느껴졌다. 좀더 고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