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죄인인도법안’ 놓고 100만 시민 격렬 시위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홍콩의 6월이 시위로 뜨겁다. 9일 10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홍콩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범죄인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펼쳤다. 시민들은 저마다 ‘악법폐기’, ‘중국송환 반대’, ‘캐리 람 사퇴’ 등의 푯말을 들고 공원과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빅토리아공원에서 출발해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면서 밤늦게까지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행정수반인 캐리 람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측 추산 24만명, 시위주최측 대변인 지미 샘에 따르면 103만명이 참여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대규모다. 2014년 민주화 시위 일명 ‘우산혁명’ 당시에는 50만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시민인권운동전선과 민주시민단체 연합을 필두로 학자, 정치인, 법조인, 시민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캐리 람 홍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죄인인도법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인사 등 반중국 인사들이 타겟이 되면서 홍콩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카렌 찬은 <홍콩 프리프레스>에 “홍콩정부는 시민들 의견을 무시해 왔다”며 “이번 법안은 너무나 터무니없다”고 했다. 그는 “홍콩정부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시위와 언론을 통해 법안의 문제점이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중학교 교사 개리 치우는 “홍콩은 독재정부와 자유국가 사이에서 전쟁터가 되고 있다. 홍콩정부가 중국에 귀속될 경우 자유는 기대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중국으로 범죄인 송환을 가능케 하는 이번 법안은 한 홍콩청년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2월 대만 여행 중에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홍콩 청년이 대만 국내법의 심판을 피해 홍콩으로 도망쳤다. 대만정부는 홍콩당국에 여자친구를 살해한 청년을 대만으로 인도할 것을 요청했지만 홍콩정부는 대만과 범죄인인도협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이와 관련 “이번 법개정 목적은 법의 허점을 줄이는 한편 홍콩이 범죄자의 천국이 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홍콩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해 20개국과 범죄인인도협정을 맺고 있으나 중국은 예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