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안 출신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 ‘젤렌스키’ 후원자 해외 망명 중 귀국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지난달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승리한 가운데 그의 ‘후원자’로 통하는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16일(현지사간) 우크라이나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모이스키는 그동안 이스라엘에 망명해 있었다.
타스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스라엘에 망명 중이던 반정부 성향의 우크라이나 갑부 기업인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귀국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오늘 새벽 2시 30분 콜로모이스키 소유 ‘프리바트’ 그룹의 항공기가 드네프르 공항에 도착했다”며 “이 항공기로 콜로모이스키가 귀국했다”고 전했다.
이후 콜로모이스키 본인도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귀국 사실을 확인하면서 “아직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젤렌스키에게 패한 페트로 포로셴코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갈등을 겪던 콜로모이스키는 2017년 6월 우크라이나를 떠나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한 뒤 지난해 9월부터는 이스라엘에 체류해 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6년 말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하고 있던 최대 민영 은행 ‘프리바트 방크’를 국유화한 바 있다.
일각에선 콜로모이스키가 프라바트 방크 은행이 국유화된 데 보복하려고 젤렌스키를 대선 후보로 밀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실제로 젤렌스키는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한 우크라이나 TV방송 채널 1+1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젤렌스키가 운영하던 연예기획사의 주요 쇼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도 1+1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콜로모이스키가 젤렌스키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포코셴코 대통령은 대선 운동 과정에서 콜로모이스키가 젤렌스키를 밀고 있다면서 1+1이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콜로모이스키는 앞서 대선에서 젤렌스키의 승리가 확정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정권에서 우크라이나로 귀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코셴코 대통령 시절엔 귀국하면 출국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젤렌스키와 콜로모이스키는 모두 유대계다.
은행·석유화학·제철·식품·언론 분야 기업들을 아우르는 우크라이나 최대 금융·산업 그룹 ‘프리바트’ 소유주인 콜로모이스키는 지난해 기준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의 자산으로 자국에서 6번째 갑부로 조사됐다.
그는 2014년 3월부터 약 1년 동안 고향인 드네프로페트롭스크주의 주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콜로모이스키가 정치 신인인 젤렌스키 대통령을 배후 조종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젤렌스키는 이러한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한편 우크라이나 의회는 16일 표결을 통해 젤렌스키 당선인의 취임식을 오는 20일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안드레이 파루비 의회 의장은 “취임식이 20일 오전 10시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