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화트레이너’ 박재연 리플러스인간연구소 소장

박재연 리플러스인간연구소 소장

“스스로 삶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져보세요”

[아시아엔=명지예 ‘마음건강길’ 기자]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누군가와 적어도 한 번 이상 대화를 한다. 대화는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대화를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뱉었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마음에 있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언성만 높이다가 대화가 끝나버리기도 한다.

소통에 서툰 사람들을 위해 박재연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소장은 제대로 대화하는 법을 알리고 있다. 박 소장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10년 넘게 비폭력 대화 강사로 활동해오고 있는 대화 전문가다. CBS, tvN, KBS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통의 기술을 전하고 작년에는 아이와의 대화법을 다룬 <엄마의 말하기 연습>을 펴냈다.

그는 5월 23일 조선뉴스프레스 마음건강길(mindgil.com) 주최로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마음건강 콘퍼런스 때 ‘삶과 죽음 사이의 연결의 대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그에게 건강한 대화법에 대해 물었다.

-마음건강길 콘퍼런스 때 어떤 내용으로 강의할 예정인지?
“삶과 죽음을 다루고 그 과정에서의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리고 그 관계를 결정짓는 질적인 대화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강의를 들으시고 가슴에 ‘사랑하는 사람’을 한 분 정도 담아 오시면 참 좋을 것 같다. 가슴 속에 품은 소중한 그 한 사람과 평화로운 대화를 맺는 관계가 되기만 해도 삶이 살만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대화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화와 한(恨)의 문화, 외상적 문화를 갖고 있다. 전쟁이라는 상처와 각종 국가재난은 우리 개개인의 삶에 스며들었고 불안이라는 정서를 만들어냈다. 화와 불안이 자리 잡으면 개인적인 삶에도 악영향을 준다. 부모는 자녀의 삶이 늘 불안하고, 개인의 미래가 불안하고, 원하는 게 되지 않을 땐 화가 나게 마련이다. 이럴 때 힘이 있는 쪽은 힘이 없는 대상을 향해 폭력을 사용하고 두렵게 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사회의 현 가장 큰 소통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
“우선 스스로에게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본질이라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 지금도 죽어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수시로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지금 미워하는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할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고백을 미룰까?’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깊이 인식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대화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실패한 대화는 대부분 우리의 자동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무의식적으로 대화하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대화의 패턴을 학습할 전환적 기회를 준다.”

박재연 소장이 2013년 설립한 리플러스인간연구소는 각자의 내면과 서로 간의 관계를 ‘대화’라는 매개체로써 연구하고 훈련 및 상담하는 곳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대화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왜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개인적 호기심 덕분에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대화를 관찰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대화가 그 상황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 기질, 성격, 환경과 학습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년 전부터 대화를 훈련받은 개인적 기회의 영향도 있었다. 계속 훈련을 이어가다 보니 점차 사람들을 훈련하는 직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리플러스연구소의 대화 수업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기업 임직원, 교사, 교수, 성직자, 미혼모, 부모, 학생, 자영업자,전문직 종사자, 군인, 공무원, 판사, 의사, 간호사, 등등 무척 다양한 집단과 개인들이 모인다.”

-대화 수업을 마친 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개인의 변화는 각 개인의 마음에 존재하는 ‘절실함’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기본 8주 과정 수료 후 꾸준한 연습과 의식적 훈련을 하는 분들은 가르치고 지도하는 삶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반면 다시 예전 삶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분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에 대한 인식만큼은 자리 잡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변화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박 소장 강의를 비롯한 ‘마음건강 콘퍼런스’ 프로그램은 5월 23일 오후 3시부터 은행회관에서 열린다. 콘퍼런스 주제는 ‘마음 디톡스 – 인생 후반전 준비하기’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변광호 전 카톨릭의대 교수가 강의한다. 또 홍헌표 마음건강길 편집장의 웃음 테라피, 알렉산더 쉐이킨 아코디어니스트의 음악테라피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