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아키히토 일왕 “행복했고 감사하다”···헤이세이 30년 막 내려

일본의 제125대 아키히토(85) 일왕이 30일 오후 도쿄 지요다의 고쿄(皇居)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퇴위식에서 미치코 왕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퇴위의 변인 오코토바를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은 1일부터 ‘헤이세이(平成)’ 시대에서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시대를 맞는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상징(덴노)으로 저를 받아주고 지지해 준 (일본)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레이와(令和)의 시대가 평화롭게 많은 결실을 보기를 고고(皇后·왕비)와 함께 진심으로 바라고, 아울러 우리나라와 세계인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일본의 제 125대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 퇴위하면서 30년간 이어져 온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렸다. 살아있는 동안 후대에 왕위를 물려주는 ‘생전 퇴위’는 1817년 코가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만이다. 일본이 1890년 헌정 체제에 들어선 후로는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후 5시부터 고쿄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약 10분간 마지막 퇴위식을 치렀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의 변인 오코토바(お言葉)를 통해 “오늘부로 덴노(天皇)로서의 직무를 마치게 됐다”며 “즉위한 지 30년, 지금까지 덴노로서의 역할을 국민의 깊은 신뢰와 경애를 받으며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고 했다. 일왕은 이어 “상징(덴노)으로 저를 받아주고 지지해 준 (일본)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레이와(令和)의 시대가 평화롭게 많은 결실을 보기를 고고(皇后·왕비)와 함께 진심으로 바라고, 아울러 우리나라와 세계인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이번 ‘다이이레이 세이덴노 기(退位禮正殿の儀)’ 퇴위식에서 아베 총리는 “덴노 헤이카(天皇陛下·일왕에 대한 경칭)는 ‘고고사마’(皇后さま·왕비에 대한 경칭)와 함께 국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내일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며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앞서 오전 10시 도쿄(東京) 일본 왕궁인 고쿄(皇居) 내 신전 규추산덴(宮中三殿)을 참배하고 왕실의 조상, 역대 일왕 등에게 퇴위를 보고했다.

1989년 1월 7일 선친인 쇼와(昭和) 일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30년 3개월 만에 퇴위하게 됐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만 86세를 맞는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큰 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자리를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퇴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상왕을 뜻하는 ‘조코(上皇)’ 지위로 돌아간다. 퇴위 후엔 고쿄에서 멀지 않은 다카나와 황족 저택(高輪皇族邸)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약 1년반 뒤 왕세자 시절 살았던 아카사카 고요치(赤坂御用地) 안 도구고쇼(東宮御所)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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