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일대일로 고위포럼‘ 한껏 세 과시···’부채의 덫’ 비판은 과제

재무적 지속성·오염 통제·반부패 약속···실행은 의문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고위포럼.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번 포럼 기간에 640억달러(약 74조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다”며 “283개의 실질적인 결과를 성취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은 한층 불어난 세를 과시했다. 중국은 동시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비판을 의식해 부채 문제 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포럼의 공동선언에는 시 주석 외에 37개국 정상이 서명했다. 2년 전의 제1회 일대일로 포럼 때 29개국에 비해 8개국이 늘어난 것이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중국이 세계에 끊임없는 개방을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서 시장 접근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수입 증대, 새 자유무역 시범지구 건설을 포함한 새로운 개방 조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중국 최고 지도부가 이런 약속을 자주 한 것을 보면 약속을 지키려는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참여국들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벌이느라 감당할 수 없는 부채에 짓눌리고, 이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시 주석은 전날까지 사흘간 열린 이번 포럼에 참석한 외국 지도자들을 만나 ‘일대일로’가 지속 가능할 것이며 모두에게 질적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만났을 때는 ‘일대일로’에 대해 호혜적이며 ‘윈윈’하는 국제협력으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각국으로부터 더 넓은 이해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일원으로는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참여한 후 서방 국가들까지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시 주석과 만나 중국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며 차별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CEO를 만났을 때도 화웨이가 이탈리아의 5G 네트워크 건설에 참여하는데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번 포럼에는 영국 재무장관, 프랑스 외무장관, 독일 경제장관도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 장관들은 나란히 ‘일대일로’ 사업의 투명성과 개방성, 환경 지속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외국 정상들에게 중국이 국제적 규정과 기준을 준수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미국, 인도, 일본과 독일, 프랑스 같은 주요 유럽국을 겨냥해 회유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탁회의 이후 발표한 시 주석과 37개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일대일로 사업의 재무적 지속성과 오염 통제를 강조했다. 또한 반부패 국제협력 강화도 촉구했는데 이는 일부 프로젝트의 부패 의혹 이후에 나온 것이다.

공동성명은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배격도 선언했다.
시 주석은 26일 개막식 연설에서도 “부채 리스크를 예방하고, 친환경 발전을 촉진하며, 사업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국제적 비판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약속은 국제적 우려에 주의하면서 정책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량윈샹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은 질적 발전을 추구하고 규정을 준수하면서 발전의 혜택을 모든 국가와 나눌 책임 있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뤼성쥔 중국금융개혁연구소 소장은 “’부채 지속성과 환경 보호, 반부패’라는 약속은 서방의 비판에 대응하고 참여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약속 준수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뤼 소장은 “중국은 국제기준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유 기업의 투자와 관련한 투명성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이 약속을 지킬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지식재산권 보호를 약속했지만, 실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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