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천년 전부터 다민족국가였다”
<인터뷰> 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 이사장·前한국전통문화대학 총장
순혈주의 버리고 외국인 포용해야 발전
이주외국인 140만명 시대. 더 이상 외국인은 낯선 이방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와 다른 ‘그들’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의 마음속에 단일민족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게 박힌 탓이다. 우리는 민족과 국가를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이고 한국은 단일민족이 세운 국가라는 믿음 때문에 무의식 중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단일민족일까.
국내 1세대 고고인류학자이자 30년간 한국인의 원형을 연구해온 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 이사장(71)은 “우리는 3000년 전부터 다민족국가였다”고 주장한다.
20일 경기 하남시 고려문화재연구원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는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과 일제강점기에 민족단결의 한 방편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이라는 말은 백개의 성(百姓)이 합쳐졌다는 말이고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방·북방계는 물론 열대 해양민족까지 국내 정착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여러 갈래의 씨족과 부족이 모여 형성된 민족이다. 열대지방 출신의 농경민족과 한대지방 출신의 기마민족, 그리고 해양민족까지 혼합돼 있다. 가야의 초대왕인 김수로의 왕비였던 허왕후가 아유타(인도) 공주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증거는 너무나 많습니다. 고인돌과 난생신화의 세계적 분포를 통해 벼농사를 매개로 하는 남방계 문화를 읽을 수 있고 신라 금관이나 솟대, 김알지 설화에서 북방계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돌하루방에서는 열대 해양민족의 흔적도 보입니다”
이 땅에 수만 개나 남아 있는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에 나타난 남아시아 지역의 매장풍속이다. 우리말 ‘쌀’ ‘밥’ ‘벼’ ‘풀’ ‘알’ ‘가래’가 인도지역 토착어인 드라비다어에서 각각 ‘살’ ‘밥’ ‘비야’?‘풀’ ‘아리’ ‘카라이’로 불린다는 점은 농경문화와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고는 풀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솟대는 알타이, 야쿠티아, 바이칼, 몽골지역 사람들의 신조사상(神鳥思想)이 그 뿌리라고 말한다. 또 신라 김(金)씨의 조상인 김알지가 알타이 계통의 인물이라는 것은 그의 탄생설화가 얽혀 있는 곳이 계림(鷄林)으로, 알타이 영웅탄생 나무와 직결돼 있으며 신라 왕족들의 적석목관 무덤들은 북방 기마민족의 전통 매장풍속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의대 이홍규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몸속에는 북아시아 사람들의 유전인자뿐만 아니라 남아시아 사람들과의 혼혈 유전인자까지 섞여 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우리가 순혈이 아님을 밝힌 것이죠. 지구가 날로 좁아지고 경제적 협조를 해야 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순혈주의나 선민의식은 이제 버릴 때가 됐습니다.”
“역사상 강대국은 모두 다민족 국가였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학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연구하는 사람도 적다. 김 이사장은 한국인을 연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습관적 편견이라고 말했다.
“1982년 영문판 <아시아 거석문화>라는 책을 편집해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 위 주장들을 실었더니 당시 남아시아문화를 잘 모르거나 은근히 멸시하던 한국인들에게 충격이었던 모양입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한 분이 그 내용을 보도한 여러 신문의 편집국장들을 언론중재위에 고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패소했죠.”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은근한 멸시는 일제 강점기 영향이 크다. 그는 “일본이 동남아시아를 침략해 현지인들을 학살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던 모습이 은연 중에 한국인에게 전이된 탓”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역사는 외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하는 것으로 점철돼 있어서 자연히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단다.
서양의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발전한 원동력의 핵심은 포용성이었으며, 현대에 와서 중국과 미국이 다민족 국가로 번영하는 모습은 국가 발전의 좋은 교과서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 다양성 교육을 강화하고 이주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외교정책을 펼쳐야하고요. 국가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의식구조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고고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1세대 인류학자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병모 이사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졸업 후 이탈리아 국제문화재연구소와 런던대학 고고학연구소에서 선진 고고학을 공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박물관장, 문과대학장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 한국전통문화대학 총장,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장, 한국고고학회장 등을 지냈다.
전북 고창의 고인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시켰으며 ‘안면도 고남리 패총’, ‘이성산성’ 등의 중요 유적지를 발굴했다. ‘아시아 거석문화(Megalithic Cultures in Asia)’, ‘ 한국인의 발자취’, ‘금관의 비밀’,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허황옥 루트 인도에서 가야까지’ 등 저술활동을 통해 고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제목부터가 틀리지않았나요?
민족-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
수천년전의 언어와 문화,전통을 따르고있는 사람들이 과연 한국에 있을련지.. 혈통으로 따지면 이세상에 단일민족국가는 없죠. 그 혈통이 과거 조상의 문화를 따를지도 의문이고.
아래 기사와 함께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http://www.vop.co.kr/A000006669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