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 총리, 미·중 사이 절묘한 줄타기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그는 총리 재선 후 국익을 챙기기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  <사진=AP>

[아시아엔=주영훈 인턴기자]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사활을 건 지정학적 전쟁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만 한다면 변덕스러운 미국보다는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 편을 들겠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3월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초강대국인 미국은 현재 매우 예측 불가능해 (동남아)국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군사·무역·기술 등 각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기운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가깝고도 거대한 시장”이라며 “증대하는 중국의 부(富)로부터 혜택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화웨이의 5G시스템이 중국정부의 간첩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서방의 주장에 대해서도 ‘유언비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화웨이의 5G시스템이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증거를 적어도 지금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중국의 5G기술이 서구 기술보다 앞섰다. (미국·호주 등) 다른 나라가 취한 화웨이 금지조치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하티르는 “중국 화웨이부터 ‘부채함정 외교’ 논란에 이르는 여러 이슈에서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 외국을 좇기보다는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차원의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매우 권위주의적인 중국의 정치시스템에 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일방적인 줄 서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비동맹 독자노선으로 유명했던 자신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마하티르는 중국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돈을 앞세워 개도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신실크로드)의 ‘부채함정론’과 관련해 “그럴 수 있다. 그것은 영향력을 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하티르는 지난해 재집권 직후 전(前) 정권이 중국과 맺은 인프라 건설 사업들에 대해 “말레이시아의 부채상환 능력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며 일대일로 사업과 거리를 두고 있다.

1981년부터 23년간 집권했던 그는 1997년 아시아금융 위기 때 국제통화기금의 구조조정·시장개방 권고를 거부하고 강력한 경제쇄국정책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외교적으로도 비동맹노선을 고수하며 미국과 거리를 뒀다. 지난해 5월 만 93세 나이로 재집권한 마하티르 총리는 전임 나집 정권의 부정부패를 법정에 세우는 등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민들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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