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육제도-북한] 의무 교육 12년···유치원 1년·소학교 5년·중고교 6년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해왔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종종 잊고 지내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압축돼 표현됐듯,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는 것은 전통사회나 현대사회나 그다지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육과 국방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어디서나 가장 중시하는 두 축입니다. 국방은 ‘오늘의 우리’를 지켜준다면,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주기 때문입니다. <매거진N>은 아시아 각국의 교육제도를 살펴봤습니다. 국가 리더십과 교육 관련 비전은 모든 나라에서 일치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이정철 인턴기자] 문화, 정치체제, 교육 등은 그 사회를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척도 중의 하나다. 특히 교육은 그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교육은 각 사회마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어느 곳이든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북한은 어떤 사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경우 그 사회에 존재하는 교육체제를 알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북한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무기, 독재, 인권유린 등의 단어들이 떠오르는 것 또한 놀랍지 않다. 하지만 북한에도 교육이 존재한다. 교육시스템은 한국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북한은 12년제 의무교육을 채택하고 있다. 유치원 높은반 1년, 소학교 5년, 그리고 초급 3년 및 고급과정 3년의 6년간의 중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만 5세에 유치원 높은반을 수료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만 6세에 소학교에 진학한다. 소학교는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한다. 소학교 과정을 마치면 중학교에 진학해 중등교육을 6년 동안 받게 된다. 초급중학교는 중학교, 고급중학교는 고등학교로 보면 될 것이다. 교과목은 소학교부터 고급중학교 과정에 걸쳐 배우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의 어린 시절, 혁명활동, 혁명역사 과목과 고급중학교 2학년에 배우는 군사활동초보 등의 과목을 제외하면 한국의 교육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국어, 수학, 도덕은 물론 북한이 싫어하는 국가인 미국이 사용하는 영어는 북한 학교들에서 중요하게 가르치는 과목이다.

주지하다시피 교육은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북한의 변화도 볼 수 있는데 북한에서 중요한 학제 개편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의 12년제 의무교육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온 후부터 시작했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2012년 9월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6차 회의를 개최하여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함에 대해여’라는 법령 제정을 통해 학제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종전의 11년제 의무교육을 1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1975년 11년제 무상의무교육을 시작으로 35년 만에 교육체제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학제 개편 전에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필자는 이러한 개편 때문에 중학교 2학년(당시 소학교 4년)을 다니다 중퇴하고 한국에서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6학년을 다시 다녀야 했다.

2012년 개편된 북한의 학제는 북한사회가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2012년 개정된 학제에서는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컴퓨터, 정보기술, 기초기술 등의 수업 비중이 커졌다. 특히 영어과목 수업시간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북한이 실질적인 교육과 국제기준에 맞춰가려는 움직임을 단편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영어 과목의 수업시수는 초급중학교에서 408시간으로 전체 과목 중 4번째로, 고급중학교에서는 243시간으로 5번째로 많다. 특히 그동안 북한은 외국어 교과목으로는 러시아어와 영어를 가르쳤는데, 당시 개편을 통해 러시아어는 사라지고 영어만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우방이었던 러시아 언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의 적인 이른바 ‘미국놈의 언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미국식이 아닌 영국식 또는 캐나다식 영어를 배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익히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체험과 직접 참여를 통한 교육을 지향하였다. 탐구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토론, 생각하기, 설명해보기 등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북한의 교육은 북한주민들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수령의 우상화를 목표로 하는 정치사상 교육을 통해 체제유지가 더 중요한 목표였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체제 기득권층인 엘리트를 제외한 90% 안팎의 북한주민들의 논리적인 사고력은 오히려 체제 유지에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어 제외해왔다. 하지만 2012년 교육체제 개편 때 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매우 큰 변화이자 교육체제 개편의 특징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북한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와 비슷한 제1중학교가 있다. 1984년 과학수재학교인 평양 제1중학교가 신설된 후 1990년대 말까지 이와 유사한 제1중학교가 북한 전역에 걸쳐 약 200여개 가까이 설립되었다. 최근 들어 줄고 있으나 일반 중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이를 통해 더 좋은 교육을 받는 동시에 성적에 따라 평양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대학과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소위 장원급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는 단순히 재능뿐 아니라 경제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뇌물같은 것이다. 북한에서는 ‘고이다’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12년제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북한이지만 부모들이 선생님에게 잘 보이는 것은 상식이 돼버렸다. 학교에서 뇌물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필자가 학교 다닐 때에도 반장은 공부는 못해도 집안이 잘 사는 아이들의 할 수 것이었다. 물론 좋은 성적이 반장 자격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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