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신돌석함 초대함장이 ‘신분의 벽’ 뛰어넘은 장군께
[아시아엔=이준호 해군 대령, 잠수함사령부 신돌석함 함장] 신돌석 의병장님! 저는 해군 신돌석함의 초대함장 이준호 대령입니다. 나라가 위태로웠던 시기에 백성들의 애국정신을 고취하고 하나로 결집시켜 조국 독립운동의 초석을 다지신 의병장님의 용맹함과 애국심을 이어받기 위해 신돌석함의 초대함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신돌석함은 올해 전반기 해군으로 인도하기 위해 인수 시운전을 진행 중이며, 아직 쇳덩이에 불과한 잠수함이지만 의병장님의 혼을 불어넣어 “최고의 잠수함으로 인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면서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던 그 시절, 19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조국을 위해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의지로 의병운동을 주도하신 의병장님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항일정신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이것이 조국독립에 큰 디딤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발전된 대한민국에 사는 한 사람의 국민이자 군인으로서, 의병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잠수함 함장으로서 많은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의병장님의 정신을 계승한 신돌석함의 함장이라는 각오와 자부심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100여년 전, 장군께서는 울진에서 일본 선박 9척을 격침하고 강원도에서 경상도까지 일본군을 격퇴하는 등 신출귀몰 대활약하셨지만, 부족한 자원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의병장님 본인은 물론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셔야 했기에, 그 이면에는 남모를 어려움과 고뇌가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그 심경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불확실한 수중환경 속에서 승조원들의 생사를 책임지는 잠수함 함장으로서 저 역시 항상 안전한 함 운용과 임무 완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할 때마다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어린 나이에 감내하고 극복하신 의병장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고, 저 역시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병장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에 있었던 대한제국은 의병장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권 피탈의 수모를 겪었지만, 의병장님의 애국정신이 백성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결국 광복이라는 염원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심했던 신분의 벽을 애국심으로 뛰어넘어 지역 양반과 평민, 노비 등 각기 계층의 사람들을 오직 구국의 신념이라는 하나의 힘으로 단결시킨 의병장님의 업적은 100여년의 시간 동안 6.25전쟁, 경제재건, IMF 위기 등 수많은 국난을 국민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한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성장하여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분의 귀천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군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었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굳건히 수호할 뿐만 아니라 국제평화 유지에 기여할 정도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해군의 전략무기체계를 운용하고 있는 잠수함사령부는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조국 해양 수호의 의지를 다지고자 독립운동가 분들의 존함으로 함명을 제정하였습니다.
우리나라와 국군의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장은 수많은 외침과 국난을 극복하신 의병장님을 비롯한 많은 선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이를 본받아 후세들에게 더욱 강하고 발전된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신돌석함 역시 대한민국 해군의 전략 비수(匕首)로써 능력을 갖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요즘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주변국들과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안보위기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군사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비록 강력한 국력과 국방력을 갖추었더라도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확고한 대비태세와 강인한 정신무장이 없다면 안보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들에게 의병장님의 용기, 헌신 그리고 애국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의병장님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신돌석함이 조국 해양 수호의 최일선에서 이를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신돌석함의 승조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두려움 없이 심해를 누비고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여 우리 바다를 굳건히 수호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함장으로서 승조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최대의 전투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에도 의병장님의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초대함장으로서 신돌석함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치신 구국의 영웅, 신돌석 의병장님! 당신께서는 조국의 위태로운 모습만을 기억하시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셨지만, 그 용기와 애국심이 초석이 되어 지금의 강성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더욱 발전하고 나아갈 것입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그 짐은 저와 신돌석함,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들이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태백산을 누비며 적을 두려움에 떨게 하셨던 당신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며 언제, 어디서든 적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잠수함, 신출귀몰 돌진하는 신돌석함이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9년 3월 1일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사령부 신돌석함 함장 대령 이준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