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산사로 가는 길’ 전연희···동안거 해제 지나니 큰스님 생각나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 상호. 눈과 코가 또렷하다.

살겠다
살겠다고 냇물이 속살대자

알겠다
알겠다고 꽃잎들이 사운댄다

동안거
스님 여윈 볼
분홍 꽃물
발그레

 

# 감상노트

검불 아래 새싹도 손가락만큼은 자라고 양지쪽 진달래도 꽃눈 부푼 우수절(雨水節). 산굽이 돌아가는 냇물도 이제 살겠다고 속살대는 정월 보름. 오곡밥에 부럼 깨는 오늘은 동안거 해제일이다. 산문을 나오는 스님들 발길도 여윈 볼만큼 가벼우면 좋겠다. 분홍 꽃망울처럼 공양주 보살 낯빛도 분홍이면 좋겠다.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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