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 16] 지붕 없는 박물관 ‘부하라’···”여기서 젤 유명한 미나레트는 어딘감?”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배도 채웠으니 이제 다시 우즈벡 여행이다. 고대도시에서 또 다른 고대도시로의 이동은 짧았다. 비행시간 40분. 31일 오전 9시 55분 우르겐치 국제공항을 떠난 HY0052편 국내선 여객기는 10시 반 부하라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사흘째를 맞는 관광단의 몸은 조금씩 무거워졌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또 다른 설렘. 관광단의 그 같은 기대를 환영하듯 부하라 날씨는 쾌청했다. 영하 3℃. 우르겐치에 비하면 기온조차 가뿐한 셈이다.
부하라(Bukhara)는 부하라주의 주도(州都)다. 산스크리트어로 ‘사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을 만큼 도시 전체가 이슬람 유적지들로 덮여 있다. 우르겐치가 아무다리야강 하류의 도시였다면 이곳은 제라프샨강 하류 지역이다.
“부하라는 도시 전체를 ‘역사 지구’로 부를 만큼 2500년의 흔적이 뚜렷한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관광지입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까지 말하는데 오늘 둘러보시면 알겠지만 히바와는 또 다른 특징들을 자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 현지 가이드는 한국인 이방인들에게 부하라를 설명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커 보였다. 히바에서의 사전 교육으로 한국인 관광단들도 이제쯤은 메드레세(문명적 상징)와 미나레트(신앙적 상징) 같은 명소 고유어가 익숙하다.
“여기서 젤 유명한 미나레트는 어딘감?”
버스 이동 중 나이 든 여행자 한 분이 구수하게 물어 좌중을 웃겼다. 벌써부터 묻는 수준이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그곳부터 가는 길이었다며 현지 가이드는 부하라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가른 칼란 미나레트(Kalan Minaret)가 가장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1172년에 지어진 이 미나레트의 높이는 46m로 중앙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첨탑이다. 로마 교회의 건축 양식이 하늘을 찌르듯 탑의 높이는 늘 신앙적 상징성이다. 그러나 이 탑은 이슬람 신앙의 상징적 기능 말고도 한때는 사막의 등대 기능까지 맡아 현실적 구원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즉 탑 꼭대기에 불을 지펴두면 실크로드 행상들이 먼 곳에서도 이 탑의 불빛을 보고 오아시스가 있는 부하라를 찾을 수 있게 배려했던 것. 그래서 그런 걸까? 몽골의 칭기즈칸도 부하라를 침공한 뒤 수많은 이슬람 유적들을 파괴하면서도 이 탑만큼은 남겨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