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뱃속이 환한 사람’ 박노해 “네 분노가 참 순수해서 네 생활이 참 간소해서”

파아란 하늘, 환한 뱃속같은.

내가 널 좋아하는 까닭은

눈빛이 맑아서만은 아니야

 

네 뱃속에는 늘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게 보이기 때문이야

 

흰 뱃속에서 우러나온

 

네 생각이 참 맑아서

네 분노가 참 순수해서

네 생활이 참 간소해서

욕심마저 참 아름다운 욕심이어서

 

내 속에 숨은 것들이 그만 부끄러워지는

환한 뱃속이 늘 흰 구름인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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