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협립양산’ 이태순 “햇살 몇 개 부러진 오후만큼 기울어진”
햇살 몇 개 부러진 오후만큼 기울어진
둥근 꽃밭 확 펼치자
무더웠던 그 여름
울 엄마 꽃송이 지고
내 생이 든 꽃그늘
꽃물이 뚝뚝 질까
아까워 들지 못했을
입술연지 훅 퍼지는
꽃밭 빙빙 돌리며
접었다 펴 보는 사이 간간이 꽃이 피네
# 감상노트
하양 분홍 보랏빛 저 자잘하고 화려한 꽃무늬 양산에 고단한 삶을 확 피게 해줄 꿈같은 게 있던 시절 있었지. 때 탈까 고장 날까 아까워 잘 들지도 못한 양산. 양산을 드는 날은 입술연지까지 바르고 장롱에 모셔둔 유똥치마 지지미 한복 곱게 차려입고 성당 가시는 날. 어린 딸이 꽃밭을 올려다보며 빙빙 돌려보던 시절은 양산을 접었다 펴 보듯 훅 가버렸다. 어머니 코티분 냄새 아릿하다.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