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 시인의 ‘나 홀로 나무의 세상은’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 아래’ 대표] 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가면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은 자라서 꽃을 피웠습니다.
수많은 나무들의 꽃들은 무리 무리 더불어 아름답게 꽃을 피웠습니다. 나무들은 서로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되어주고 자신의 어깨도 내어 주면서 사계절을 살아갑니다.
길을 비켜 선 한 그루 나무가 있습니다, 저 혼자 길가로 비켜선 나무는 와닿는 사람들의 눈길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제 멋에 살아가는 듯합니다.
더러는 저 홀로 서서 참 아름다고 훌륭하다고
더러는 참 고집이 세고 독불장군이겠다고,
더러는 외롭겠다고 혹은 손잡아 주고 싶다는 여러 시선임을 잘 알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홀로 나무는 위 아래, 앞과 뒤, 양옆을 모른 척 가운데 좁은 터널을 만들어 그것만이 세상인 것처럼 사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나 홀로 나무의 세상은 내게 이야기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알 수는 없습니다. 훗날, 꽃이 지고 하늘 빛 시린 날에 “그리 사니 어떠하더냐”고 물어 보고는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