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인사 습관으로 목숨 구한 남녀 이야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새해 들어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젊은 양반이 우리 부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인사 한 마디가 없다. 가만 있기가 민망하여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오신 모양이지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왜 우리는 이렇게 인사에 인색할까?

인사(人事)란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다. 인사는 다른 사람과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말이나 태도 등으로 존경과 사랑·우정을 표시하는 행동양식이다. 이 인사법은 민족이나 시대, 신분이나 계급·종교·직업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인사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예의를 중요하게 여겨 때와 장소, 경우에 따라 다른 인사방식을 갖고 있다. 보통 때에는 머리를 앞으로 숙여 절을 하거나 목례를 하며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나 제사 때에는 웃어른에게 큰절을 한다.

오래전 일화다. 냉동식품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한 여직원은, 어느 날 퇴근하기 전 늘 하던 대로 냉동창고에 들어가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쾅!’ 하고 문이 저절로 닫혀 버렸다. 깜짝 놀란 그녀는 목이 터지도록 소리치며 도움을 청했지만, 문밖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무서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그녀는 ‘내가 여기에서 얼어 죽는 건가?’ 생각하며 절망감에 울기 시작했다. 5시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여직원의 몸은 이미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어 있었다. 그 때, 냉동창고 문틈으로 빛이 들어오면서 누군가 문을 열었다.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경비원 아저씨가 서있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구조되고 난 후, 그녀는 경비원 아저씨에게 어떻게 자기가 거기에 있는 줄 알았냐고 물어봤다. 경비원 아저씨가 냉동창고 문을 연 건,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아저씨는, 자기가 공장에 온 지 35년이 됐지만, 그 여직원 말고는 누구도 자기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 경비원에게 “안녕하세요!” 또 퇴근해서 집에 돌아갈 때는 “수고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 날 퇴근시간이 됐는데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경비원 아저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장 안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냉동창고까지 확인해 봤던 것이다.

경비원 아저씨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대했지만, 당신은 매일 나에게 다정히 인사를 해주니 늘 당신이 기다려졌어요. 내가 그래도 사람대접을 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거든요”라고 말했다. 날마다 건넨 그 짧지만 친절한 인사 한마디가, 여직원의 생명을 구했다.

또 한 가지 예화가 있다. 세계 제2차대전 때 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규칙적으로 아침 산책을 하는 랍비 야파 엘리아크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뮐러 씨” 하고 인사를 건네면, 그는 “좋은 아침입니다, 랍비님” 하며 답례했다. 그런데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뮐러는 농장을 떠나 나치 친위대에 입대했고, 랍비는 가족을 잃고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

어느 날 수감된 유태인 전원에 대한 선별작업이 이루어졌다. 나치 장교가 왼편을 지시하면 가스실에서의 죽음을, 오른편은 강제노동의 삶을 의미했다. 굶주림으로 걸어다니는 해골처럼 된 랍비가 나치장교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좋은 아침이에요, 뮐러 씨”하고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랍비님” 장교는 답례를 하고 “여긴 어쩐 일이세요?” 랍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힘없이 웃어 보였다.

몇 초 후, 뮐러는 자신의 지휘봉으로 오른쪽을 가리켰고 다음날 랍비는 좀더 안전한 수용소로 이송되어 결국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다른 사람에게 가장 먼저 건네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 바로 ‘인사’다. 그리고 사랑을 가득 찬 인사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준다.

다정한 인사 한 마디는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다. 對人 예절의 기본은 인사다. 인사는 말 그대로 ‘사람의 일’이다. 사람의 도리란 진정과 진실을 그 마음속에 가지고 그 마음을 행하는 것이다. 그 도리를 다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이 정해진다. 그래서 상대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알면 먼저 인사를 한다.

연령 차이가 있더라도 연장자가 연하자에게 연령에 의한 각별한 예우를 받으려고만 하지 않고 먼저 인사하면 어떤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이는 정중하고, 즐겁고, 다정하고, 예의 바르게 하는 것이 바른 인사다. 가정이든 사회든 정이 깃든 인사는 많이 자주 할수록 좋다.

그럼 올바른 인사법은 어떤 것일까?

첫째, 인사는 많이 할수록 좋다.

둘째, 인사는 내가 먼저 하는 것이다.

셋째, 인사는 널리 공경(恭敬)하는 것이다.

넷째, 인사는 매양 겸양(謙讓)하는 것이다.

다섯째, 인사는 계교(計較)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째, 인사는 태도와 표정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인사하는 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있다. 평범한 가운데 진리가 있고 법도(法度)가 있다. 인사도 평소 정성으로 수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다.

Leave a Reply